▲ 2일 낮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의 내·외신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평양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세계 주요 언론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외국 언론들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남북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북한 핵문제가 타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이 남북한 평화 정착의 주요한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엄연히 남북한 군사 대치가 유지되고 있는 점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치 상황 등을 거론하며 회담 성과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 "노 대통령, 역사적 발걸음… 긴장 완화에 도움 '기대'" = AP와 AFP 등 주요 통신은 노 대통령이 한국의 지도자 가운데 최초로 중무장된 접경지역을 도보로 건넜다며 사흘간의 회담 일정 개막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긴급 타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행돼온 지난 4년동안의 과정 가운데 북한이 핵 폐기에 동의하려는 매우 특별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며 "또한 정상회담은 북한이 원조와 무역,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BBC뉴스는 생존해 있다면 56세가 될 아들을 북한에 두고 반세기 동안 생이별한 한국의 전병윤(84)씨 증언을 소개하며 양국간 관계개선을 바라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어간 것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상징이라고 전했고, 러시아 국영TV '채널1'은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고 이는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노 대통령 내외와 각료 등 13명의 공식 수행원이 승용차에서 내려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전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초점인 평화체제 구축과 핵문제 등에 관한 김 위원장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NHK도 이날 낮 정규 방송 도중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긴급 속보로 생중계했으며, 요미우리(讀賣), 아사히(朝日)신문 등 주요 신문들도 이날 석간 1면 톱기사로 노 대통령의 방북을 보도했다.

중국 국영 CCTV도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관할지역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방영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 "한국내 냉소주의와 비판론도 적지 않아" = 주요 외신들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시기와 결과에 대한 전망을 둘러싸고 국내의 반발과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WP는 차기 한국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이뤄지는 정상회담의 시기를 놓고 한국과 미국내 보수파들 사이에서 배후의 의도를 의심하는 냉소적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계승자로 기억되길 원하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은 2000년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 정치 분석가들의 시각"이라며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별다른 신뢰가 쌓여있지 못한 상황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이는 김 위원장 뿐 아니라 강경한 군부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1은 "1992년에 양국은 평화와 협력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