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찾고 있었지?', '현관 열쇠를 어디다 두었더라?' 일상에서 겪는 이런 건망증에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40~50대 연령층이라면 혹시라도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는 치매는 '불치병'이자 '가정파괴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이에 대한 치료법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앞으로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의 대해 알아보자.

■반드시 전조증상 있다

치매의 전조증상을 확인하려면 경도인지장애에 주목하자. 치매는 환자가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실제는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때 조기 발견한다면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양전자 방사 단층(PET) 사진촬영을 통해 뇌 속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찾아낸다거나 혈액검사를 통한 혈액지표로도 치매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기억장애의 새로운 범주인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확인한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란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억력을 비롯해 행동, 인지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상태, 즉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이행단계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릴 때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 이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치매에 비해서는 판단력과 지각 능력, 추리능력, 일상 능력 등이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치매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치매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간 80%가량이 치매로 이행됐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따라서 일반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기억력이나 지각 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선별 검사(MMSE)라는 간단한 문답형 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통하면 좀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우울증 체중저하 조심하라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분명 치매와는 다른 질병이다. 그러나 때론 이런 우울증이 방치되면 실제로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우울증이 인지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VA의학센터와 캘리포니아대 연구진들에 따르면 우울증이 심할수록 인지손상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2천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을 조사하고 6년 후 인지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노인들이 인지손상 정도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의 30~40% 정도가 우울증 증세를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활동장애나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에도 치매 치료와 함께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이고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이와함께 갑자기 몸무게가 줄어들게 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많이 떨어진 노인들은 BMI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35% 높다고 한다.

연구팀들은 알츠하이머 발병이 기억과 관련된 뇌부위 뿐만 아니라 음식물 섭취, 신진대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손상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매와 구별해야 할 노인성 질환 3가지

1. 노인성 우울증
치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치매로 오인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가장 흔한 예가 노인성 우울증이다.

배우자의 죽음이나 만성질환으로 오는 통증, 경제적인 문제 등은 행복한 노년생활의 가장 큰 방해요소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노인들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노인인구 중 15%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65세 이상 노인들 중 5~1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노년층들의 자살 비율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노인 우울증 증상은 자칫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대부분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느끼기 보다는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한다.

말수가 적어지고 체중이 감소되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집중력까지 저하되는 등 치매와 흡사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 라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노인 환자들이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 역시 이런 우울증 증상을 치매로 착각하기도 한다.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우울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또, 노인성 우울증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정신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2. 파킨슨병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이 병은 손발이 계속 떨리고 몸이 굳어가면서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 때문에 일반인들은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고 증상 역시 운동장애와 인지장애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치매,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증상을 노화의 한 증상으로 오인해 방치하게 돼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킨슨병의 경우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신속한 진단과 함께 도파민성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운동장애에 따른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 일러스트/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3. 건망증
흔히 어떤 일이나 약속을 깜빡깜빡 잊어버리면 '이거 혹시 치매가 아닌가?'하고 걱정이 앞서게 된다. 통계 에 따르면 주부들의 경우 80%이상이 건망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주부들이 건망증의 증상을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건망증은 단순한 기억장애로 인해 발생하지만 치매는 뇌세포의 파괴로 인해 생기는 지적 능력의 장애라는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물건을 둔 장소나 약속 장소, 시간 등 단편적인 정보를 잊어버리지만 치매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 전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쉬운 예로 안경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안경 자체의 용도에 대해서나 자신이 안경을 사용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치매의 증상이다. 건망증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심리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들이 많이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과 휴식을 취해 주고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