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이번 선언문이 2000년 남북정상이 채택한 6·15공동선언의 구체적인 실천안이라는 점을 주목, 환영하는 바이다.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 점은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때마침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이 연말까지 핵시설 불능화를 완료하고, 미국은 이에 상응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대북 적대시정책 폐지를 추진한다는 합의가 선행된 터라 더욱 그렇다. 6자회담의 합의가 착실히 이행된다면 미·북 관계 개선과 더불어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당사국 협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한반도 냉전시대의 역사적 전환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8개항의 선언문에는 경제협력 및 남북긴장완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방안이 담겨있다. 경제분야에서는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활용, 조선협력단지건설,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고속도로 개보수에 합의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을 북한의 질 좋은 노동력과 연결시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남북공동 산업인프라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특히 통행·통신·통관 문제 등 원활한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보장조치를 조속히 완비키로 합의한 만큼 이미 조성된 개성공단의 활성화는 물론 이번에 합의한 산업인프라건설 사업도 신속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선박 해주직항로 통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수역·평화수역 설정 등 서해상의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도 환영할만 하다. 서해교전의 예에서 보듯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둔 남북긴장은 언제든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이를 평화수역으로 설정키로 한 것은 긴장완화를 위해 피할 수 없었던 합의였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김정일 공동선언이 남북 평화공존을 위한 실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실제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역대 남북관계를 일별해보면 국내외 돌출, 돌발 변수에 의해 수시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 정상간의 합의도 주변국들의 지지와 호응이 절대적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미·북관계의 개선은 요원하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6자회담 합의대로 완전한 핵 포기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받아야 하며, 남한은 북한의 핵불능화 이행과정에서 혹시 불거질 수 있는 관련국들의 불만을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국군포로, 강제북송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남북이 진정한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불편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를 지향하는 마당에 과거의 시비를 계속 이어갈 수 없지 않은가. 향후 남북 고위급 실무접촉에서 이 문제가 전향적으로 다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