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최: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관련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 주관:경인일보 부설 경인발전연구원
■ 일시:10월 5일 오전 10시 30분
■ 장소: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
■ 사회자:노춘희 경인발전연구원장
■ 참석자: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 책임연구원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박종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원제무 한양대 도시대학원장
한석규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이상 가나다 순)
최근 경기도를 휩쓸고 있는 정부의 제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한 반발은 이례적이다.
도대체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에 경기도 전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
경인일보 부설 경인발전연구원이 주관하고 제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관련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5일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제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란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내재된 문제점과 원인을 짚어본 뒤 향후 도의 논리적이고 차분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정부 책임자는 좌담회에 참석하지 않아 정부의 균형정책에 관한 입장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
# 김은경 박사=정부의 제2국가균형발전정책과 관련, 세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고, 두번째는 2단계 정책의 핵심인 지역을 분류하는 지표다. 세번째는 지표를 적용해 나온 지역분류 결과다.
중앙정부가 낙후된 지역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는 발전된 지역을 억제해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기본적인 이념은 실효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모두 잘 사는 '윈-윈(win-win) 전략'이지만 실제로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경제 주체 등의 수요와 의사를 반영해야 하지만 현재 정책은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중앙집권식으로 추진되는 일방적인 공급정책이다. 정권 말기에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2단계 정책이 무분별하게 입법화된다면 정책 실패의 책임을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단계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평가도 결여됐다. 1단계 정책은 땅값 폭등을 야기해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든 무분별한 개발정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의 혁신도시 10곳은 수용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수도권의 인구 분산효과가 매우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1단계 정책이 과연 지방발전에 도움이 되었는 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그 평가에 근거해 2단계 정책의 필요성과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
두번째로 지역을 분류하는 지표는 가장 투명하고 단순해서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정부가 선정한 지표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내세운 지역분류 지표 중 인구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복지분야 지표나 산업·경제분야 지표도 황당하다. 지역의 발전도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지표는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와 실업률인데 이런 지표들은 빠졌다. "왜 이런 지표들을 배제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더니, "기초단체별 실업률과 1인당 GRDP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요한 지표로 사용할 자료가 없다면 만들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결과적으로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지표를 적용해 지역을 분류한 게 문제다.
세번째 로 수도권은 4개 지역으로 나눈 상태에서 무조건 1단계를 상향조정했다. 바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기본적으로 1단계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게 중앙정부의 개념이다. 1단계 상향은 수도권에 대해 정책적으로 고려했다는 방증이다.
# 원제무 교수=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호'라는 배가 있다면 정부는 한국호의 선장이다. 정부는 국민이 탄 한국호를 암초로 몰아가고 있다. 혹시 정부는 한국호의 엔진이 정부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호의 엔진은 엄연히 기업이다. 기업이 국가를 먹여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의 기업들은 국가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부는 한국호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엔진오일을 잘 갈아주고, 정비하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는 상당한 오류이자 모순이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어깨를 펴고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려면 수도권에 적극 투자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정책목표는 분명하다. 따라서 1단계 정책에 이어 2단계 정책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1단계 정책에 대해서 꼼꼼하게 평가해야 한다. 1단계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 "파행적이다"는 의견이 여러 군데서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복도시가 착공은 했지만 어떤 식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어떻게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태다. 혁신도시도 그렇다. 수도권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고 해서 해당 직원들이 얼마나 반발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기업들 보고는 어떻게 내려가라고 하는 것인가. 1단계 정책이 각종 오류속에서 파행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평가는 도외시하고 갑자기 2단계를 밀어붙이는 건 어리석다.
마지막으로 지역분류 방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처럼 단순하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역분류가 해당지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면 1년이나 2년, 아니면 더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해당지역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도시계획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추진한다면 아무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발전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김현수 교수=앞서 나온 말처럼 1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1단계 정책은 행복도시, 혁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택지개발부터 했지만 앞서 공공기관 이전 준비가 먼저였다. 이전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이 터부터 닦는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졌다.
그래서 해당 시·군의 협조없이는 사실상 힘든 사업이 돼버렸다. 제대로 준비가 안된 채 추진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 2단계 정책을 추진하며 전국을 4개 지역으로 분류, 수도권이라고 한단계를 올리는 것은 전대미문의 방법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매년 '지속가능한 도시'를 선정하고 있지만 도시를 분류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민감한 작업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지역분류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자면 복지분야에서 재정과 관계된 지표는 하나도 없다. 복지분야 지표는 1천명당 의료병상수, 1천명당 공공도서관 좌석수 등 물리적인 지표만 적용했다.
# 한석규 실장=경기도는 잘 사는 시·군이 더 잘 살 게 해달라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경기 북부와 동부 등의 어려운 시·군에 지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바라는 것이다. 왜 정부는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지 모르겠다. 지금 많은 중소기업들은 겨우겨우 운영되고 있다. 시장에 가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별로 없다. 요즘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도 많지 않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지역을 분류하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지금 있는 세재 혜택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이럴거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법을 뭐하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2단계 정책에서는 풀뿌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차등분이 지역에 따라 너무 크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지역별 법인세 감면혜택 폭을 줄여서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한다.
# 박종운 사무총장=200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기업의 입지 중 첫번째는 시장, 두번째는 노동력 및 협력업체, 세번째는 원료라고 배웠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공항과 항만(인천항, 평택항) 주위가 많은 기업들에 적합한 지역이다. 이런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국토를 바둑판식으로 나눈다는 건 '교각살우(矯角殺牛)와 다르지 않다. '왜 기업이 그곳에 있으려 하는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잘못된 정책이다.
기업 규모면에서 보더라도 인쇄업 등 소규모 서비스 기업들은 도시 중심에 있다. 중소규모 기업은 도시 외곽에 둥지를 틀고, 대기업들은 좀 더 멀리 밖으로 나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이런 면을 무시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낼 소지가 크다.
기존의 수도권 기업들은 조세특례법에 의해 법인세 10%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2단계 정책으로 수도권에서 이를 없애려고 한다. 다른 지역의 법인세를 깎아주더라도 국가 총량으로 봤을 때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기업이전은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선택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정책에 따라 이전한 기업들이 이익을 못 낸다면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라 도리어 처치곤란한 시설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 노춘희 원장=이렇게 문제가 많다면 합리적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악만 쓰다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 김현수 교수=전체 시·군을 한가지 통합된 기준으로 똑같이 평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 2000년부터 학회가 선정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도 지금까지 통합지표를 못 만들고 있다. 시를 따로 묶고, 군을 따로 묶어서 그 안에서 비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렇게 나눠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봐서는 실업률이나 1인당 GRDP 등의 지표를 사용한다고 해서 정부가 한 분류와 큰 차이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언급된 여주군이 전국에서 가장 못 사는 지역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결과론적으로 지역을 분류하는 잣대를 어디에 갖다 대느냐가 관건이다.
경기도의 낙후지역을 다른 지역의 어떤 자치단체와 같은 수준으로 놓아야 되느냐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원제무 교수=나 역시 학회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평가를 해 김 박사와 같은 의견이다. 도시평가시 복지분야, 도시정보, 도시경제, 지속 가능성 등으로 구분해서 선정하지 이런 식으로 한 그릇에 모두 담아서 낙후지역이다, 발전지역이다를 나누는 건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한 가지 대응방안이 될 것이다.
# 박종운 사무총장=12일 국회 산자위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심의가 있을 예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집회나 시위, 언론보도, 여론조사 등으로 여론을 표출할 수 있다. 여론조사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앙언론이 눈 감고 있다면 집회나 시위로 경기도의 의견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집회나 시위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다.
또한 대선주자들에게도 글로벌 시대에 합리적인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해야 한다. 지표를 선정하고 지역을 분류한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쪽의 성향에 맞춰서 했을 것이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학문적으로 더 파고들어야 한다. 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하고, 추진방법인 각론에는 반대하는 경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쉽게 균형발전이라고 하는데, 이 '균형'이란 말이 가진 통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오히려 '특성화'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 김은경 박사=합리적인 지표를 써서 자체적인 지역분류를 해보려고 해도 다른 지역 자료가 부족하다. 경기도 자료는 구축할 수 있지만 비교해야 할 타 지역 자료를 중앙부처에서 얻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정책은 결과적으로 정치의 문제다. 이런 점은 학계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보류시키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본다. 다음 정부가 각 지자체와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진정한 균형발전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한 뒤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발전을 위해서 타당하다.
# 노춘희 원장=논의결과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에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인 원칙이 없다는 것에 동감하고 있다. 수단과 목적이 혼돈되고 있어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진 것 같다. 보편타당한 원칙을 꼭 중앙정부만 만드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지방정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경기도가 할 일은 도민의 힘을 모아 국회의원들과 함께 입법을 저지하는 한편, 공정한 지역분류 지표를 적용해 합리적으로 지역이 분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