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인 전국을 발전정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시안이 도내 31개 시·군을 모두 발전지역(Ⅳ)이나 성장지역(Ⅲ)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시·군을 비롯해 정치권, 경제단체, 시민단체들은 연일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불합리성을 성토하며 반발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도정을 책임지는 김문수 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김 지사는 '배은망덕한 정책', '패륜아적인 한풀이 정책', '공산주의도 이렇지는 않다' 같은 독설을 퍼부으며 정부 정책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할 말은 한다'는 뚝뚝한 소신이 김 지사 스타일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최근의 발언은 그 자체로 구설에 오를 정도로 강렬했던 게 사실이다.
시·군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정부 정책을 저지하겠다고 앞장서는 건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 수장으로서 당연한 임무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정책을 저지하느냐, 못 하느냐는 김 지사의 행정력과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치를 수밖에 없는 '승부'다. 피할 수 없는 정부와의 일전에 뛰어든 김 지사의 속내를 들어봤다.
-정부 정책에 대해 '경기 동북부 주민들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패륜아적 정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사께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해당지역이 수도권이냐 지방이냐가 아니고 얼마나 낙후됐냐에 따라 지역을 분류해야 합니다. 동두천, 양주, 연천, 포천, 가평, 양평 등 낙후된 지역들을 부산이나 대구, 울산, 포항, 창원 등과 똑같이 성장지역으로 분류한 것이 과연 합당한 처사인지 정부에 되묻고 싶습니다. 도내 접경지역은 대부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연천군은 지난 1992년 5만6천여명이었던 인구가 지난해 4만6천여명으로 1만명이나 줄었습니다.
재정자립도 전국 평균이 53.6%인데 비해 동두천은 24.2%, 연천은 28.6%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도권 시민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희생해 온 경기동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당수질보전대책지역, 수변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중첩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가평 인구는 1980년에 9만3천여명에서 지난해 5만5천여명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재정자립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양평이 18.7%, 가평이 23.9%밖에 되지 않습니다. 빈 폐가도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전국 평균 폐가 공가비율이 4.36%인데 가평은 11.94%, 양평은 8.4%입니다.
이런 수치가 엄연히 증명하고 있는데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란 이분법적 논리로 과도한 균형, 기계적 평등만을 내세우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가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도를 겨냥해 이렇게 분류한 거라고 여러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2단계 균형발전정책은 다분히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정책입니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균형을 가장해 경기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편견이자, 어설픈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입니다. 정부는 정책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하지만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정부 정책에 너무 대립각을 세워 비수도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수도권 규제라는 낡은 울타리를 과감하게 허물어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더욱 힘차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미 포기한 수도권규제정책을 고집하다가는 무한경쟁시대에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옆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 규제라는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수도권 규제로 우리의 경쟁력과 기업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순위는 지난 2004년 11위에서 2005년에는 12위, 지난해에는 1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환경은 2005년 23위에서 올해 30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수도권 규제는 단순히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수도권 규제가 곧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중앙정부의 탁상행정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 전향적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수도권 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경기 동북부지역을 직접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경기도만 홀로 반발할 경우 더욱 고립될 수 있습니다. 서울은 어렵다고 해도 인천시와의 연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수도권 중에서도 단연 경기도입니다. 서울은 공장을 지을 부지가 거의 없고 인천은 광대한 경제자유구역이 있어 경기도보다는 나은 형편입니다. 하지만 인천 역시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구가 발전지역으로 분류돼 지역경제에는 악영향이 예상됩니다. 경기도는 인천시와 공조해 규탄대회를 여는 등 공동대응할 계획입니다."
-도지사의 발언이 직설적이고 좀 과격하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도정 책임자로서 경기도와 도민을 위해 당연히 할 말을 하는 것 뿐입니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데도 침묵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한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경기도의 대응 방침은.
"이번 2단계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경기도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하라고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억압하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적으로 중앙부처를 방문해 항의하며 도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입니다.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부당성을 알리는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시·군 축제를 활용한 도민 홍보도 생각 중입니다.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균형발전정책의 부당성이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국회의원과 도의원, 도민, 각종 단체가 똘똘 뭉쳐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입법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주제에서는 벗어나지만 2007년 남북정상 회담으로 경기도의 대북사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
"경기도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고, 파주와 연천은 직접적으로 갈린 지역입니다. 분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이 지역들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은 남한의 끝인 최전방 접경지역이지만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의 가장 중심지역이 되는 것입니다. 칼로 자른 듯 많이 다쳐서 아픈 이 지역들에 혜택도 가장 많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기도는 벼농사 협력사업에 이어 개성, 개풍에 인공조림 묘목재배를 위한 양묘장 협력사업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남북공동벼 베기를 위한 방북도 예정돼 있습니다. 국방부에서 허가를 해줘 올해는 임진강에서 JSA 바로 앞까지 가는 마라톤대회도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는 개성을 넘어 평양까지 갈 수 있는 코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성, 개풍, 장단 등 옛 경기지역과의 적극적인 대북협력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경기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성장엔진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는 경기도의 발전을 옥죄어 결국 대한민국을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망국적 정책입니다. 나눠주기식으로 끝나고 마는 하향적 평준화정책입니다. 잘못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바로잡고 수도권 규제를 철폐, 경기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이 모두 잘살 수 있도록 도지사로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