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2곳의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경제자유구역 2~3곳을 추가로 지정하려 하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방침은 자칫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수도권의 인천, 전남의 광양만권, 부산·경남의 부산·진해 등 기존 3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 것은 당초엔 인천만 생각했다가 나중에 '지역 배려' 차원에서 내린 조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연말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또다시 경제자유구역을 수도권·충남, 전북, 대구·경북 등지에 추가로 지정한다는 것은 '표'를 의식한 것이란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타당성 관련 공청회'를 가진 바 있으며, 이후 열린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추가지정 문제가 깊이 다뤄지기도 했다.

또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과 관련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KIEP는 ▲선진 통상국가 구현을 위한 규제완화 시험구 확대 ▲외국인 투자의 전략적 유치를 위한 개방지역 확대 ▲혁신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테크노폴리스 개발 ▲외자유치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규 지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경제자유구역이 주거, 상업, 관광, 산업단지 등 복합 개발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경제활동의 자율성과 투자 유인을 최대한 보장해 외국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지역이란 점도 강조했다.

KIEP가 얘기하고 있듯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경제활동 보장이 전제돼야 하는 곳이 경제자유구역인데, 인천의 경우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 무작정 경제자유구역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왕기 인천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각 정부부처끼리의 업무 비협조, 재정지원 부족 등의 각종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추가지정 문제보다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김 교수는 "부산·진해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면서 "이들 2곳의 경제자유구역도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에 나눠주기 식으로 경제자유구역을 2~3개 추가로 지정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각종 규제 완화, 지자체 권한 강화 등의 3가지 조건이 선행된 뒤에야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 등 정부도 이런 주장에는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지원의 폭을 키우고,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조건을 달아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또 각 경제자유구역별 기능을 달리하고, 지역적 분포를 봐가면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찌됐든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좀더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칫 대선 바람에 이 문제가 휘둘릴 경우 정확한 판단 잣대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