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시비속에 강행된 반값 아파트 분양 첫날인데도 청약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통상 일반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경우 집구경이라도 하려는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마련이나 이곳 풍경은 냉랭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무늬만 반값'이라는 시장의 비판(경인일보 10월 15일자 1면 보도)이 분양 첫날 소비자의 외면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이같은 반응을 염두에 둔 주공측은 이미 반값 아파트 분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반 분양으로 전환하겠다는 내부 방침까지 정해 놓은 실정이다.
건교부와 주공이 이날 분양한 군포부곡지구 반값 아파트는 토지임대부(74㎡, 84㎡) 389가구, 환매조건부(74㎡, 84㎡) 415가구 등 총 804가구.
토지소유권은 사업주체인 주공이 갖고 건물의 소유권은 입주자가 갖는 토지임대부주택은 아파트 소유자가 매달 37만5천~42만5천원의 토지사용료를 납부하는 조건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분양후 20년이내에 팔 경우 주공에 되팔아야 한다.
주공은 이번 반값 아파트 분양가의 경우 토지임대부주택은 1억3천479만~1억5천440만원에, 환매조건부주택은 2억1천814만~2억4천982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인근 공공분양아파트 분양가의 90%선이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박정자(51·가명)씨는 "소유권은 없어도 정부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에서 부담없이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조건을 보니 기존 임대아파트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돈없는 서민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비난했다.
이같은 시장 반응에 분양 주체인 주공은 말 못할 속사정에 가슴만 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꺼내든 반값 아파트 정책을 항변할 겨를도 없이 떠안아 대신 욕을 얻어 먹고 있는 꼴이라서다.
지난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환매조건부주택과 토지임대부주택을 서로 반값 아파트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 지어놓고 비교해보자고 시작해 결국 이번에 분양으로 실현됐으나 참담한 결과만 남겼다.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대선에 여념이 없고 시장의 불만은 온통 주공에 몰리고 있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청약저축 24개월이상 납입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환매조건부 주택은 0.14대 1, 토지임대부 주택은 0.70대 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공급분 321가구에 45명이, 토지임대부 주택은 일반공급분 299가구에 21명이 각각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