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순찰차로 4시간을 찾아 헤맸습니다." 수원의 한 구청과 병원에서 수용할 공간이 없다며 길 잃은 장애아동의 일시 보호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20분께 자폐증상을 보이는 10살 정도의 남자 아이가 한 버스기사에 의해 수원시 권선구 고색지구대로 옮겨졌다. 이 아이는 심한 자폐증상으로 말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신원확인이 난감한 경찰은 관할 A구청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구청 당직자는 "요보호자 시설로 방이 2개 있지만 이미 노숙자 2명이 있어 아이를 받을 수 없다"며 경찰의 일시 보호 요청을 거절했다. 일시 보호를 거부당한 경찰은 권선구에 있는 J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지만 병원조차도 "정신과 담당 의사가 없다"며 아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장애아동을 주취자와 범죄자가 수시로 드나드는 지구대에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 관할 지역을 4시간이나 헤맨끝에 겨우 권선구 오목천동의 한 장애시설에 맡길 수 있었다.

고색지구대 관계자는 "그 어느 곳도 장애아동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현실이 한탄스럽다"며 "아이문제로 4시간 동안 순찰차를 운행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그사이 주민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다행"이라며 구청과 병원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A구청 당직자는 "구청내 장애아동을 수용할 만한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수용을 거절했다"며 "아이를 보호할 만한 관내 병원을 안내해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A구청 장애인 업무 담당자는 "자폐아동의 특성상 혼자 둘 수 없어 수용하기 힘들다"며 "관련 법에 비춰봐도 구청에서 임시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그는 이어 "확인결과 아이는 성남 수정경찰서에 실종신고가 돼있었는데, 지구대에서 확인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면서 "행려자 보호현실은 언론에 보도가 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