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수도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고 부식으로 인한 누수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식수 사용을 꺼리고 목욕물과 세탁물 오염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배관 교체비용이 가구당 수 백만원에 이르러 아파트 단지 측은 땜질식 응급처방에만 의존하고 있다.
24일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주민들에 따르면 1991년 9월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16년이 지나면서 아파트 단지 내 상수도.난방.소방 등 각종 배관이 노후돼 주민들이 녹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내동 A아파트의 경우 3-4개월에 한 번 꼴로 수도 배관이 터져 지하 기계실이 잠기고 수시로 부식된 배관 곳곳에서 누수가 생겨 거의 매일 배관 일부를 교체하거나 누수부위를 고무로 감싼 뒤 조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 기계실에는 최근 한 달새 교체된 녹슨 배관이 수북이 쌓여 있다.
녹슨 배관 안쪽을 들여보면 녹(산화철)과 불순물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종양 덩어리처럼 달라붙어 물 흐름을 막고 있다.
이매동 B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천장에는 군데군데 녹슨 배관과 임시 교체한 새 배관이 뒤섞여 있다.
서현동 C아파트에 사는 이모(37.여) 씨는 최근 들어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아침에 세수를 하려고 욕실 수도꼭지를 열면 시뻘건 녹물이 나와 10분 이상씩 물을 흘려보내곤 한다.
이 씨는 "주로 온수에서 녹물이 나오긴 하지만 수돗물을 마시기는 커녕 밥 짓기도 꺼려진다"며 "욕실을 개조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2-3일이 멀다하고 세면대 에 낀 녹물을 닦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싱크대 수도꼭지에 달린 정수필터에 녹물이 끼고 세탁한 옷에 녹물이 드는가 하면 피부질환까지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배관이 낡아 누수가 발생하면서 수돗물과 수도요금이 낭비되고 있으며 배관 안에 생긴 녹 덩어리 때문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아파트 상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량부족으로 샤워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사정은 분당신도시 내 대부분 아파트가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상태가 심각하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스테인리스관이 아닌 내구성이 떨어지는 아연도금 강관을 사용한데다 일부 아파트에는 1980년대 말 200만호 건설에 따른 건설자재 수요 급증으로 저급 배관이 공급돼 노후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5년 경력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기계과장 손모(57)씨는 "배관 상당수가 정품이 아닌 비품을 사용해 노후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누수가 생기는 부분(1-6m 정도)을 교체하거나 벤딩작업 같은 응급조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에도 불구하고 각 아파트 단지 측은 배관공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천600여 가구 규모의 D아파트 단지의 경우 가구 내 배관을 제외한 단지 내 공동배관 교체공사비만 70억-8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등 가구당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 한상문 회장은 "배관수명이 15년을 넘기면서 녹물이 나오고 누수가 발생하고 있으나 비용 때문에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주민 건강과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차원에서 교체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개정된 성남시 수도급수조례에는 주거용 건물에 대해 급수설비 공사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공동주택의 경우 지원대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시는 내년 예산에 가구당 8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했지만 분당의 경우 한 단지 내에 다양한 평형이 섞여 있어 실제 시 보조금으로 배관 교체공사를 벌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노후 배관 문제를 논의하고 성남시에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분당신도시 아파트 배관 노후 '녹물 비상'
생활용수 오염에 식수까지 위협..피해 속출
입력 2007-10-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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