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불과 4개월 남겨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행정수도 추진에 대한 `집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24일 태안 기업도시 기공식에 참석해 "이번 선거 시기에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행정수도 문제'에 대해 다음 정권을 운영해 갈 사람들이 명백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며 대선후보들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행정수도 문제를 공론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위헌 결정에 따라 대안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추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않았으며, 이 같은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기공식때 "꼭 행정수도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정부 부처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라면서 청와대와 국회까지도 세종시로 옮겨와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피력했었다.

   이유는 행정수도 추진이 좌절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추진됨에 따라 정부 부처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됨으로써 업무 효율상으로도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인식이다. 현재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는 행정의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것.

   노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든다면 균형발전의 가치도 훼손하지 않고 행정의 효율성도 훼손하지 않는 답이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답안지'를 대선 후보들이 내놓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게 노 대통령의 촉구인 셈이다.

   모든 행정부처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신행정수도 특별법상의 행정수도를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법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정치권 합의에 의해 다수가 합의하고, 국민들이 동의하면 행정수도를 만드는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행복도시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내에서는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차기 정부나 차기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행정수도 재추진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번 대선 공간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준으로 축소돼버린 행정수도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전략적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다수 대선 후보들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원칙자체에는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충청권 `표심'을 자기쪽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의 국정 어젠다는 대선 후보들의 경쟁에 맡겨야 하는데, 현직 대통령이 후보들의 공약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으로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게다가 행정수도 문제는 지난 대선때 핵심 쟁점으로 부상해 공론화를 거친 바 있고, 참여정부 임기중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도 걸러진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또 다시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들에 대해 행정수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이날 발언이 또 다른 형태의 대선 개입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