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지자체가 재난관리기금으로 공무원 해외연수를 보냈다는 사실은 어이없는 정도를 넘어 한심하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경기도가 적발된 사실이지만 이는 경기도 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경기도는 용인시 등 9개 시·군을 재난대책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하고 재난관리기금으로 재정적 인센티브인 시상금을 지급했는 데 이 돈으로 방재담당 공무원들에 대해 무더기로 해외연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연찬회 비용으로도 지출했다. 이는 예산전용의 차원을 넘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대비 피해시설 정비와 복구에만 사용되도록 제한돼 있다. 재난관리기금을 계속 적립하는 이유도 신속한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에 쓰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애써 적립한 이 기금을 엉뚱한 곳에 쓴다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잖아도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이 뭐라 할 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이 말고도 재난관리기금의 불법사용은 만연돼 있다. 지자체마다 재난관리기금으로 지하차도나 고가교 보수 공사 등에 전용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센티브로 받은 돈이라서 방재담당 공무원들의 사기진작과 연수에 사용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혈세가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자체도 모르고 해외연수 예산으로 전용했다면 그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내 돈이 아니니 쓰고 보자'는 식의 도덕적 해이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복구비가 모자란다느니, 예산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연재해대책법에는 자치단체가 재해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세 수입의 일정액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적립토록 하고 있다. 기금마련도 불성실해져 기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정작 재해가 닥쳐도 속수무책인 채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는 것도 현실이다. 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감사원도 경기도 뿐 아닌 다른 지자체까지 감사를 확대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도 재난관리기금의 성실한 확보를 통해 재난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상이변이 극단화하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재해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