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의 물은 수도권 2천400만명에게 생명수와 같다. 이곳에서 취수된 원수는 처리과정을 거쳐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

정부는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75년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평군 일대 151.7㎢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정하며 생산시설을 비롯해 숙박업, 식당, 축산시설, 양식장 등의 신설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1990년에는 여주군과 가평군, 이천시, 용인시까지 포함시켜 팔당특별대책지역(Ⅰ·Ⅱ권역 합쳐 2천101㎢)을 다시 지정했고, 1999년 한강을 따라서 다시 수변구역(경기도 149.7㎢)을 설정했다. <지도 참조>

여기에 팔당유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상 한강수계를 보전하기 위한 자연보전권역(3천838㎢)에도 포함된다.
이 같은 중첩규제로 팔당유역 7개 시·군 면적의 92.8%인 3천965㎢가 토지이용에 제약을 받는 지역이 돼버렸다.

경기도 전체 면적의 약 39%에 해당한다.
상식적으로 상수원에는 깨끗한 물이 흘러야 하지만 팔당유역 시·군의 하수도 보급률은 정반대다.

지난 1월 기준 팔당유역 7개 시·군의 하수도보급률은 66.7%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이 85.6%이고, 경기도 평균이 84.6%이다. 서울시는 하수도가 거의 완벽해 보급률이 99.9%에 달한다. 팔당유역 중 특히 여주군(50.3%), 용인시(51.3%) 등은 보급률이 60% 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수도 역시 상식을 벗어난다. 상수원을 지키고, 상수원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사람들은 지하수나 샘물을 마시고 있다. 지난 2005년 말 기준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90.7%이고, 서울시는 100%다. 경기도는 평균 91.7%지만 팔당유역 7개 시·군은 도 평균도 못따라간다. 팔당유역은 81.6%이고, 이천(57.9%)과 여주(48.8%), 양평(37.1%)은 특히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도 이 지역 총 인구 190여만명 중 약 20%인 35만명 정도가 수돗물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규제 강도가 가장 센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 우물이나 샘물 등을 마시는 인구도 10만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사람이 모일 수 없었다는 대답에 설득력이 있다.

상수도관은 어느 정도 인구가 있어야 매설이 가능하다. 인구가 밀집해 있으면 수도관을 적게 깔게 돼 그만큼 수돗물 생산원가가 싸진다.

하지만 띄엄띄엄 떨어진 곳에는 개별적으로 상수도 관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대규모 설치비용이 필요하다. 설사 수돗물을 공급하더라도 물값이 타 지역보다 비싸져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역차별을 안겨주게 된다.

하수도도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하수관을 매설하려면 시공 비용이 많이 들어 예산의 압박이 생기고, 운영상의 효율도 떨어진다.

여기에 환경부는 '하수도=개발'이란 논리로 팔당유역 하수도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