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간의 과당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급증이 제2의 모기지폭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불거진 직후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사간 이전투구는 은행권에서 비롯됐다. 주 수익원이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수료를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카드시장이 주목됐던 것이다.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신상품을 다퉈 출시하는 등 회원확대를 위한 전방위 공격을 감행했다. 은행들의 공격경영에 위기의식을 느낀 전업 카드사들은 맞불작전으로 대응했다. 국민 한명이 평균 3~4장의 카드를 갖고 있을 정도로 과포화상태다 보니 타사 회원을 뺏어오는 식의 소모전을 전개했다. 덕분에 올 상반기 카드사들이 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는 2조3천9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93.3%나 늘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상거래 신용 등 빚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 총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어섰다. 제2의 카드대란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부가서비스혜택이 과도하다 싶으면 슬그머니 줄이는 등 '치고 빠지기'식 영업으로 소비자들을 골탕 먹이는 일도 빈발하고 있다. 또한 올해 신규회원수는 500만명을 상회했으나 전체 카드발급건수 증가는 별로다. '제살 깎기'의 방증으로 투입대비 성과도 신통치 못하다. 회원수가 크게 늘어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2분기 카드부문 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오히려 축소되었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회원모집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1천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0%이상 급증했다. 출혈경쟁이 카드사들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받는 각종 수수료 원가에 모집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비용은 결국 가맹점이나 회원들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일정액 이상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결제금액의 일부를 경쟁적으로 할인해주고 있어 소비자들의 과소비까지 부추기고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감독당국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 눈치이나 카드시장의 특성상 언제든지 심각한 과당경쟁으로 비화할 조짐이 농후하다. 감독당국의 주도면밀한 감독과 관리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