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의 끝이 안보인다.” 세밑 정국이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파국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여야 거대 양당이 '국회'와 '거리'로 갈라선 채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치킨게임'식의 극한대립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통상 연말 벼랑끝 대치상황 속에서도 막판 극적 돌파구를 용케도 찾아왔던 과거와는 판이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여야간 공식채널은 물론 비공식 채널까지도 꽉 막혀 대화 자체가 오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28일 오전부터 긴박하게 돌아간 여야의 움직임은 가파른 정국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론은 '전과 동'이었고,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여야간에 이념정체성 논란이 재등장하면서 '색깔론' 공방이 또 다시 도졌다. 상대당에 대한 비난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지도부의 표정에서는 배수진의 각오마저 읽혀졌다. 오후 들어서는 그야말로 여야간에 '마이웨이'식의 풍경이 연출됐다. 우리당은실제 본회의를 열지는 않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나와 한나라당을 '자극'했고,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대전으로 내려가 사학법 무효화 장외집회를 열고 투쟁열기를 돋웠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허준영 변수'는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여당은민주, 민주노동, 국민중심당(가칭) 등 소야 3당과 공조하는 이른바 '4당 국회'를 꾸려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민노당이 이를 틀었다.

 민노당이 농민시위 진압사태와 관련해 허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데 따른것이다. 이에따라 여당과 민노당 사이에 또다른 '전선'이 형성된 분위기다. 그러나일각에서는 민노당의 이같은 행보가 농민층을 의식한 측면이 커 막판에 가서는 여당의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정국 기상도는 더욱 흐릿해보인다. 딱히 정국경색이 풀 수 있는 '카드'가 없고 오히려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여야간에 치유하기 힘든 갈등의 골이 패인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원내 제1당의 참여없이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야간의 극한대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는게 정치권의 지배적 분석이다. 전통적 지지층을 확고히 결집함으로써 대선정국의 길목에 서있는 내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선잡기 경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정국경색이 내년초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여론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설득력있게 나온다. 파행국회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공멸위기를 느낀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지 극적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