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일반전형 입학시험문제 유출이 사실로 확인된 김포외국어고등학교 입학홍보부 출입문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김포외국어고의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교육당국과 학교측의 어처구니 없는 '총체적 관리소홀'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9개 외고 각각의 입학시험문제를 USB와 CD에 저장해 전달한 뒤 인쇄를 학교자율에 맡기면서 각 학교에서는 인쇄과정에서 문제를 컴퓨터로 다운받거나 출력해 외부 유출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특목고 시험문제가 각 학교별로 제작되면서 일부 문제가 고교과정에서 출제돼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해 처음으로 9개 외고 일반전형 시험문제를 공동출제키로 했으나 정작 시험문제 출제 단계부터 학교 전달·보관·인쇄·시험장 배부과정의 허점으로 인한 '시험지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손쉬운 유출 자초
김포외고가 입시를 위해 도교육청으로 부터 받아 온 문항 80개중 지필고사 60문항과 영어 듣기평가의 '보기' 부분은 USB메모리에, 영어 듣기평가 20문항의 '듣기' 부분은 CD에 저장돼 있었다.

김포외고는 이를 교장 책상에 보관해오다 출력 및 인쇄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출력작업은 문제를 빼돌린 교사 이모(51)씨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로 했고 현장에는 이씨와 교장, 교감 3명밖에 없었다.

이씨는 출력물이 인쇄소로 넘어간 뒤 오후 11시50분께 서울 목동의 J학원 원장 곽모(42)씨에게 자신의 노트북에 남아 있던 파일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김포외고뿐 아니라 다른 외고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제유출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포외고 보안 허술
도 교육청은 9개 외고별 문제지 원본을 일반전형 전날인 29일 오전 11시 도 교육청에서 각 외고 교감들에게 밀봉해 전달했다. 김포외고의 경우 밀봉된 원본이 학교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께이며 이를 인쇄 전까지 교장실 캐비닛 안에 보관했으나 경찰관 입회 등 별도의 도난·유출 방지 조치가 전혀 없었다.

학교 측은 같은 날 오후 8시께부터 교사 20여 명을 동원, 교내에서 인쇄작업을 시작해 7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3시께 끝냈다.

시험문제를 미리 본 교사들을 기숙사에 머물도록 했으나 별다른 통제·감독없이 교사 자율에 맡기다 보니 학생들의 휴대폰을 이용해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했다.

인쇄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인쇄 작업 시작전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토록 했으나 엄격히 체크하지 않았다"며 "인쇄작업 후 기숙사에 들어올 때까지 휴대전화를 그냥 소지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를 유출한 이씨의 경우 시험지 인쇄작업을 마친 뒤 기숙사로 와 다른 교사들과 떨어져 혼자 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문제 중복따른 공정성 문제 간과
도 교육청은 지난달 20일 9개 외고별로 국어·영어듣기·영어독해·수학담당 교사 4명씩 모두 36명의 공동출제위원을 선발, 이날부터 시험이 끝나는 같은달 30일 오전 11시30분까지 화성 모 리조트에서 외부인 출입은 물론 전화·인터넷 등 모든 통신수단을 철저히 차단했다.

과목별 출제위원들은 각 학교 시험문항의 2~3배에 해당하는 문제를 선정해 '문제 풀(POOL)'을 만들었지만 이들은 자신이 출제한 문제 50%, 다른 학교교사들이 출제한 문제 50% 비율로 자신이 속한 학교별 문제지 원본을 만들었다.

이처럼 문제은행 방식으로 9개 외고의 시험문제가 출제됨에 따라 김포외고의 유출된 시험문제와 다른 8개 외고의 시험문제가 일부 중복됐을 경우 외고 전체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