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을 무시하는' 능력? 김포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전형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입학홍보부장 교사 이모(51)씨에 대해 경찰이 검거에 나서는 등 김포외고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11일 학교 진입로에 '기본이 바로 선 능력있는 지도자'란 글귀가 써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김포외국어고등학교의 입학시험 사전 유출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특목고 재시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포외고는 합격생과 학부모, 재학생들이 충격과 함께 대혼란에 빠졌고, 경기도교육청은 '입시관리를 너무 소홀히 해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김포외고외 경기지역의 다른 8개 외고에도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재시험이 결정될 경우 당장 12일부터 시작되는 경기지역 일반계 고교의 원서접수도 대혼란이 예상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기도교육청의 고위 관계자는 "시험문제 유출에 따른 후속 조치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재시험을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해 특목고 입학시험 결과 취소 및 재시험이라는 전례없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또 유출된 문제가 파악되는대로 다른 도내 외고들의 시험문제와 정밀 대조작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김포외고를 비롯한 이들 학교들의 시험문제 처리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에 대한 내부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도교육청은 사립 특목고의 시험은 해당 학교 교장의 책임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도교육청이 처음으로 모든 외고의 시험문제 공동출제에 직접 관여, 최고의 교육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포외고 교사 이모(51)씨로부터 38개 문제를 넘겨받아 이중 13개 문항을 시험보러 가는 버스에서 학원생 120명에게 배포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 목동 J학원 원장 곽모(42)씨와 부원장 엄모(43·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시험문제를 유출한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교사 이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유출된 문제를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설명한 혐의로 학원 강사 김모(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교사 이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50분께 곽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2시간후 e메일로 38개 문항을 보냈으며 시험문제가 담긴 USB 메모리와 컴퓨터를 이용해 출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에게 배포된 13개 문제는 모두 정답과 보기가 실제 출제 문제와 똑같았으며, 이중 7개는 세부 표현까지 완전히 동일했다. 문제의 J학원에서는 154명이 김포외고 일반전형에 응시해 47명이 합격했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는 지난 9월말부터 입시설명회차 학원에 자주 들른 이씨에게 '후사하겠다'며 시험문제 유출을 부탁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