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학시험문제가 특목고 입시학원으로 유출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시중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선 학교와 학원 간 유착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어느 학원에 가면 시험문제를 족집게처럼 찍어내더라'는 등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유착설이 구체적인 사실로 규명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학원가쪽 사람과 학교관계자들의 만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교육계의 전언이다.

지난 7월초 대구 경신중학교에서는 1학년 과학과목 기말고사 문제가 사설학원 원장에게 유출돼 재시험을 치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원 원장이 교사들 몰래 교무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교사들끼리 메일·메신저를 통해 시험문제를 주고 받는 내용을 해킹했다.

수년 전 이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있다가 학교 인근에 학원을 차린 이 원장은 교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교무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던 점을 이용, 시험문제를 빼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대학 후배인 일부 교사들이 이 원장의 시험문제 유출을 고의로 묵인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제주도 내 3개 중학교에서 실시한 '제학년제학력갖추기 평가'에서 2학년 수학과목의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돼 파문이 일었다. 제주시내 한 학원에서 시험 3일 전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시해 풀도록 했던 문제가 고스란히 평가에 출제된 것이다.

한 중학교의 경우 객관식 20문항 중 17문항이, 또 다른 학교는 13문항이 각각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매번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와 형사처벌은 있었지만 학교와 학원 간의 근본적인 유착설에 대해서는 그동안 밝혀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학교관계자가 학교홍보차 정기적으로 학원쪽을 방문해 왔다는 점에 비춰 유착설을 밝혀낼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주변에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돈벌이에 나선 학원들이 학교 측 관계자들과 은밀한 거래관계를 맺고 학부모들을 불러 학교 설명회 등을 개최해 오는 등 비정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와 관련, 도내 학원가에서도 이번 문제 유출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내 한 학원 관계자는 "도내 모 학원이 A외고, B외고와 손잡고 있다는 소문은 학원가에서 유명한 '정설 아닌 정설'로 굳어져 있고 또 다른 학원은 C외고 측과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착설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