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학생들 앞에서 죄인인 어른입니다. 부끄럽고 괴로운 시간, 저도 죄값을 치르게 되겠지요. 저는 현재 경기도의 한 특목고 전문학원에 근무중입니다. 10년 넘게 일한 학원계인데 내일부터 학원에 안나갑니다.
몇년전 외고입시 설명회에 오신 모 특목고 부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우연히 한 문제를 시험 직전에 듣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 문제가 나왔고 한 문제를 거저먹었으니 합격도 많이 했습니다. 그 쪽 외고 관계자가 돈을 주면 수석합격을 우리 학원 합격생중에서 발표해 주겠다고 해 큰 돈이 아니기에 감사의 뜻으로 전달했더니 진짜 수석합격생이 우리학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학원은 대대적인 광고를 했고 학원은 성장했습니다. 저 역시 인정을 받았고 다른 외고의 정보도 알아 내라는 특명을 받았죠. 매년 그렇게 한 문제 두 문제씩 '형님 동생' 하면서 문제를 받아냈고, 계속 적중을 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힘들어졌습니다. 대형 학원이라면 이제는 다 하는 행동이어서 경쟁력을 잃었죠. 그래서 올해는 많은 돈을 썼습니다. 순수 로비 자금으로만 3천만원을 썼습니다 (술값,밥값,선물값,강의료 등은 다 제외하구요). 혼자 힘으로 안 돼서 브로커도 만나고, 비굴하게 문제를 구걸했습니다.
저희 학원에서 김포외고에 시험 본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항의전화가 옵니다. 다른 학원 38문제 뺄동안 뭐한 거냐구요. 문제 빼오면 영웅이고, 못 빼오면 역적이 됩니다.
학원측은 내년엔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모든 외고를 다 빼오라고 합니다. 단가도 올라갈테니 로비자금 부족하면 더 올리랍니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 한 특목고 전문 학원의 모습입니다.
목동 J학원, 여기서나 욕하지 다들 부러워합니다. 무능한 스텝의 학원은 다 망하고 진정한 교육자 없이 돈 만 남는 입시가 되풀이 됩니다.
몇몇 학생들의 용기로 시작한 노력이 헛되어서는 안 됩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속죄하는 맘으로 잠 못 이루는 새벽 이 글을 올립니다.
'김포외고 사태' 특목고 학원강사 양심고백 요약문
"문제 빼내기 로비자금 年 수천만원 수석합격생 배출하자 학원 급성장"
입력 2007-11-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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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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