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신당의 전신격인 열린우리당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촉발된 이후 1년 가까이 지루한 교착상태를 보여오던 합당문제가 대선에 임박해 속전속결로 마무리 된 것.
열린우리당 창당세력이 지난 2003년 9월20일 교섭단체 등록을 마친 뒤 11월11일 창당식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4년2개월 만에 옛 민주당 사람들이 다시 한 배를 타게 된 상황이다.
양당의 전격적인 합당선언은 무엇보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더이상 통합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신당 정동영 후보 입장에서는 후보 지명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지지율이 10% 초·중반대에 머무는 등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시점에서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위해서라도 민주당과의 합당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이인제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지지율이 1~2%대에 그치고 있어 현재의 틀을 고수할 경우 대선은 고사하고 내년 총선에서 생존기반마저 지켜낼 수 없다는 우려감이 고조됐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 합당선언은 신당의 파격적인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한 것으로,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신당 김한길 의원의 지난 7일 만찬회동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김 의원은 이날 '일대일 당대당 통합'과 합당한 정당의 명칭을 '통합민주당'으로 할 것을 제안했고, 당초 세력간 통합까지 나아가는데 부정적이던 박 대표도 김 의원의 이런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 민주당측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제 후보는 9일 "신당이 민주당의 당명을 쓰고 중도개혁노선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후보단일화와 통합을 동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와 사전 협의를 통해 조율된 발언으로 밝혀진 이 제안을 통해 민주당이 신당의 물음에 긍정적인 화답을 보낸 것이다.
결국 이날 저녁부터 신당 이용희 국회부의장과 김한길 의원 및 민주당 박 대표가 직접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협상에서 일대일 당대당 통합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통합정당의 첫번째 전당대회를 내년 총선 후에 개최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했다.
신당이 현재 당헌에 명시된 대로 내년 1월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신당측에서 당권을 장악해 총선 공천문제가 불거질 때 민주당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녹아든 포석이었다.
이 부분은 협상결과 '통합정당의 첫번째 전당대회를 총선 직후인 내년 4월 총선 이후 두 달 이내 개최한다'는 내용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후보단일화 방식에서도 민주당은 세 차례 이상 TV토론 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반면 신당은 TV토론을 한 차례만 실시하자고 맞섰고 최종 절충안으로 두 차례 TV토론이 확정됐다.
양당은 10일 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에 이르렀고 11일 오전 정동영 후보, 오후 박상천 대표가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가 통합과 후보단일화를 제안하면 박 대표가 수용하는 형태를 취한 뒤 12일 4자회동을 통해 최종 사인한다는 일정까지 조율했다.
하지만 11일 정 후보의 기자회견이 이뤄진 후 갑자기 박 대표는 정 후보의 발언이 그 수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러나 박 대표와 신당측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다시 조율과정을 거쳐 "12일 오전 9시 4자회동을 실시한다"는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며 양당의 합당수순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