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가 주최하고 (사)경인발전연구원이 주관한 '팔당 상수원 중첩규제, 해법은 없나'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경기도 팔당유역 7개 시·군은 2천400만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 보호를 위해 수십년간 중첩규제를 받아왔다. 물을 지켜야 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하수도 보급률은 전국 최하위를 달릴 정도로 아이러니한 일이 팔당유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팔당유역에도 180만 경기도민이 살고 있다.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규제 속에서도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사람들이다.

경인일보는 '수도권의 젖줄, 팔당의 아이러니'라는 기획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준비했다. 불합리한 제도의 틀을 바꾸고, 팔당유역 주민들이 받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아쉽게도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수차례 요청에도 좌담회 참석을 거부, 경기도가 추진하는 '물값 연동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수공은 서면 답변서를 통해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서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 노춘희 (사)경인발전연구원장
#노춘희 원장=팔당호 물은 우리나라 인구 절반의 생명수다.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다가오는 팔당은 조금 다르다.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자연보전권역 등 중첩된 규제가 팔당유역을 옥죄고 있다. 문제는 이런 중첩규제가 과연 합리적이냐는 데 있다. 수질은 환경부가 책임 지고, 수량은 건설교통부가 맡는 이원화된 정부의 물 관리 정책도 이제는 변화해야 될 것이다. 팔당호 물을 생산하고, 보호하는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오늘은 불합리한 팔당유역의 규제와 그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수질개선을 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좌담회를 진행하겠다.

▲ 강병국 팔당호수질정책協 전 정책국장
#강병국 전 정책국장=지금까지 추진된 중앙정부의 물관리 정책 문제점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간략히 밝히겠다. 팔당유역은 2천400만명의 상수원이라 우선적으로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리라는 게 규제 위주다. 대표적으로 건물 입지와 면적을 강하게 규제한다. 이로 인해 소규모 난개발이 확산됐다. 현재 팔당유역에서는 소규모 오염원이 대규모로 확산돼 수질관리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1992년도에 측정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1.2PPM이었지만 10년이 지난 2002년에도 1.2PPM이었다. 그렇다면 10년간 정부가 추진한 수질관련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실패다. 환경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2조8천억원을 팔당호 수질개선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여기에 경기도와 시·군이 들인 비용까지 합치면 무려 6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팔당유역 주민들은 물도 지키고, 지역개발도 가능한 정책을 요구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 때는 이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주민들의 본래 취지가 왜곡돼 수도권 규제완화로 비쳐지는 게 우려된다.

▲ 이기영 경기개발연구원 팔당물환경센터 정책팀장
#이기영 팀장=수자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수량과 수질이다. 정부는 오는 2011년에 5억 정도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수요를 어떻게 예측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수공은 갈수기를 고려해 수량을 넉넉하게 잡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자원 정책은 수질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로 인해 팔당유역에 대한 각종 규제가 생겼고, 주민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 됐다.

팔당유역 주민들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욕구가 있다. 하지만 상수원의 중요성 때문에 주민들의 욕구를 무한정 받아줄 수는 없다.

정부 각 부처가 똑같은 목적으로 비슷한 규제를 한다는 게 문제다. 환경부는 지난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을 설정한 뒤 대구에서 유독물질 사고가 터지자 1990년 규제 범위를 넓힌 특별대책지역을 정했다. 이는 넓게 보는 시각이 아닌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규제를 확대한 일례다. 건교부도 다르지 않다. 각각의 필요에 의해 정부 부처들이 만든 비슷한 규제들이 팔당유역에서 난립하고 있다.

▲ 이한대 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장
#이한대 본부장=팔당댐이 1975년에 준공된 뒤 32년간 단계별로 계속 규제가 강화됐다. 각각의 법에 의해 규제를 받는 지역도 상당히 중첩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추정한 주민들의 연간 피해액은 843억원에 이른다. 지가 상승 예상액을 추정해 산출한 지역경제 피해액은 무려 134조2천여억원이나 된다.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는 일절 개발행위가 금지됐다. 가보면 안다. 1960년대 지은 노후 주택들이 즐비하다.

반면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변에 조그만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몰려있는 걸 볼 수 있다. 강한 규제로 인한 난개발이다.

규제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다. 수질환경보전법은 구리가 조금이라도 배출되면 공장 입지를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구리가 나온다고 공장이 들어서지 못하는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환경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 환경부 논리는 뭐냐.

하나를 허용해줘 다 몰려오면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 구리가 누적된다는 것이다.

팔당유역 7개 시·군에서 키우는 돼지가 85만9천여 마리나 된다. 돼지는 기본적으로 구리를 섭취하지 않으면 발육이 안 된다. 농림부도 꼭 돼지사료에는 구리를 첨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돼지에서 나오는 구리의 양은 하이닉스반도체의 구리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규제만 내세우는 정부는 이런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돈을 더 들여서라도 무방류시스템을 설치하겠다고 환경부에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현재 팔당유역은 환경부 산하 유역별 관리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이 맡고 있다. 그런데 기능이 반쪽이다. 감독만 하지 실질적인 수질개선 사업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지자체가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물은 수공이 판다. 관리가 제대로 될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 이남옥 경기도의회 의원
#이남옥 의원=정부에서 수질오염도를 BOD로만 체크하는 것도 문제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못지않게중요하다. 환경부는 물이용부담금을 거둬 매년 1천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이런 땅에 녹지나 습지를 조성한다고 했는데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농사를 져 농약과 비료가 다시 비점오염원이 돼 팔당으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강수계관리기금이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에게 생색내기용으로 끝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

▲ 강천심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장
#강천심 본부장=나는 팔당규제지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내 생각으로는 팔당유역 규제는 당초 댐을 건설한 목적이 변질된 것부터 문제다.

팔당댐을 건설한 것은 한전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인근에 살던 나와 가족들, 동네 사람들 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당시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시대였다. 정든 집과 땅,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수장시키고 나왔을 때 한 가지 위안은 '이렇게 하면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은 정부가 주는 무슨 큰 선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에게는 한마디 설명도 없이 팔당호가 어느날 상수원으로 탈바꿈했다. 일반 상수원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먹는 대단한 상수원으로 말이다. 그리고 슬금슬금 규제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팔당유역에는 크게 대여섯 가지 중첩 규제가 있지만 어떤 지역은 10여 개 이상의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곳도 있다. 하도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특별규제를 가한다면 당연히 그 지역 주민들에게도 특별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빼앗은 것이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팔당유역은 또한 수도권으로 묶여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도 밥을 먹고 살아야 하고, 자녀들을 교육시켜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 돈을 모아 집도 사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1998년 한강수계 관련법이 입법예고됐을 때 주민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환경부는 지역민과 협의해 만든 최초의 법이라고 자랑했지만 주민들은 어떻게 보면 사기를 당한 격이다. 당시 정부는 물이용부담금 전액을 주민피해보상비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물이용부담금으로 당 80원씩 거둬 2천30억원 정도가 만들어졌지만 약속과 달리 주민지원사업비는 700억원으로 정해졌다. 대신 막대한 예산이 새로 생기니까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 주민들은 지역주민이나 지자체 관계자가 반드시 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환경부는 법 완성 전까지는 그렇게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도 저버렸다.

#노춘희 원장= 특별규제에는 특별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하는데 팔당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주민이 배제됐다는 게 안타깝다. 과학과 경제논리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이 상황까지 온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남옥 의원=팔당유역 7개 시·군이 중첩규제로 묶여 있어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토지이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규제를 조금씩 풀어나가야 한다. 하이닉스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규제만 해서는 전 세계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나. 하이닉스가 무방류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3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만큼 제품 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강천심 본부장=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그동안 수조원이 투입됐다. 이를 다른 지역에서 '아 팔당유역 주민들이 수조원을 먹어치웠구나' '물이용부담금도 주민들이 다 가져가는구나'라고 오해하는 게 가슴 아프다.

사실 주민지원사업비는 당 80원이었을 때 책정된 700억원이 여전히 그대로다. 2005년도에는 당 130원으로 올랐지만 주민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똑같다. 이마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도로포장이나 마을회관 건립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전에도 국비를 지원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로 말이다. 결국 정부가 어차피 지원할 국비를 이름을 바꿔 지원하고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난개발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지역주민들이 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난개발이라고 부르지만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규제의 틈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각종 규제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든 정부다.

중첩규제를 받는 지역에 맞는 통합된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의 환경정책 기조를 무너뜨리자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실정에 맞는 특별법이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수질개선이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강병국 전 정책국장=광주시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이하 오염총량제)를 본래 취지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오염총량제는 수질개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처럼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잘못된 패턴을 바꿔서 총량 내에서는 자유롭게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중적으로 오염총량제를 논의해 잘못된 팔당정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수질개선도 제대로 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확고한 수질개선과 지속가능한 개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기에 제대로 된 오염총량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 하나는 너무 분산돼 있는 물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환경부와 건교부가 각각 수질과 수량으로 관리하지만 가장 현장 여건을 잘 아는 경기도와 지자체는 소외돼 있다. 경기도가 주축이 돼 지역 전문가와 주민 등이 참여하는 유역관리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중앙정부도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한대 본부장=오염총량제가 시행되면 수도권정비법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염총량제가 상생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단, 오염총량제는 지금처럼 임의제가 아닌 의무제로 시행해야 한다. 임의제는 시장·군수가 환경부 장관과 직접 협상하는 식이라 경기도는 조정의 권한이 전혀 없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나서 환경부의 논리에 대응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환경정책은 행정기관만 이뤄질 수 없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대한 억제할 때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일는 교육과 홍보, 지원이 필요하다.

수공과 관련된 물값 연동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물 관리하는 주체와 물 파는 주체가 이원화된 곳은 없다. 우리만 공기업인 수공이 물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바뀌어야 된다. 수공은 오히려 물을 생산하고, 보호하는 주인인 팔당유역 주민들에게 물값을 받는 셈이다. 그렇다고 수공이 수질개선에 비용을 투자한 것도 아니다. 수공의 연간 순이익이 2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물값 징수가 1천억원이다. 그래도 물을 관리하느라 피해를 보는 지역주민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우리나라에는 물 관리 기업이 공기업인 수공 딱 하나밖에 없다. 반면 외국에는 민간기업들이 많다.

우리도 공기업이 독점할 게 아니라 경쟁력있는 민간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기영 팀장=오염총량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질을 개선하면서 거기에 따른 개발을 연계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다. 또한 현재는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수질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여건이 빈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중심의 수질대책을 경기도가 제대로 정립해서 중앙정부에서 여러 권한을 이양받아야 한다. 경기도수질개선본부가 추진하는 경안천 정화사업이 실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한 사업의 효과가 입증되면 수질 개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