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붐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식품·의류·화장품·제약·유통 등 전통적인 내수기업들의 활발한 해외진출이다. 시중은행들도 덩달아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마다 해외진출 관련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국내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해외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국내사정과 무관치 않다. 고객들이 대거 증시로 옮겨가면서 경영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또한 과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탓이다. 전통적인 내수기업들의 집단 해외진출 모색도 국내시장의 포화에 기인한다.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 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2003년 이후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올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실질 국내총소득(GNI)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러니 체감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및 정부규제도 기업의 국내탈출에 한몫 거들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국내기업들의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마냥 반기기에는 왠지 불안하다. 일찍이 중국 등지로 진출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터에 오랫동안 안방에서 아랫목 장군노릇을 하던 기업들이 별다른 준비없이 무작정 해외로 진출하는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수는 111개로 외환위기 이전의 60%수준이나 총수익중 해외수익비중은 3.2%에 불과, 장차 득보다 실이 클 개연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의 해외유출도 불가피하다.

더욱 걱정인 것은 향후 내수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공장 신규설립건수는 2004년 9천204건에서 2005년에는 6천991건으로, 지난해에는 6천144건으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의 감소폭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내수부진 해외투자확대 국내투자축소 내수부진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2단계 국토균형발전계획 강행 등으로 국내기업들의 해외탈출만 조장하고 있다. 해외진출기업들이 대거 국내로 회귀하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