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기관이 지역기업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적극 수렴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단순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제도의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이나 지역업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업체의 건의사항이 무리한 요구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중앙부처·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현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역업체들이 안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건의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역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고유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각종 기관들이 경기회복 등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기업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기상황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공공·민간주택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주택가격의 상승폭이 큰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부동산투기 방지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주택사업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울상이다.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자동차정비업의 산재보험요율은 제품 제조업으로 분류돼 있다. 업계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사)인천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지원책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 추세는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역기업들은 2차 간담회 때 산재보험율 특례적용 대상기업을 상시근로자 30명 이상에서 10인 이상으로 확대해 줄 것을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역기업과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사회보험의 사보험화, 산재은폐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부가가치 신고제는 법인은 3개월에 한 번, 개인기업은 6개월에 한 번씩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보니 법인과 개인기업이 거래를 했을 때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법인과 개인기업의 부가가치 신고시점을 동일하게 조정해 달라는 게 지역기업의 요구사항이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 측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간담회 당시 밝혔으나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발표, 연내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이 정책을 내놓자 지역기업들은 '자포자기'하는 모습이다. 이미 기업활동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질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기업들이 중앙정부에 건의한 사항 대부분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치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역기업이) 서로 양보·이해하는 자세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근본적으로는 수도권에 대한 족쇄를 풀어야 한다"며 "수도권은 그대로 두고 지방을 발전시키면 기업이 알아서 (이전 여부를) 선택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