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이 떼로 주유소에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변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철수하는 바람에 현장에 숨어 있던 중학생이 주유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 황당한 '주유소 습격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수원 중부경찰서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0시25분께 강모(14)군 등 중학생 6명이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원시 팔달구의 한 주유소 사무실 창문을 뜯고 들어갔다.

그러나 주유소 뒤편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직원 이모(27)씨는 '덜컹' 하는 소리에 잠을 깬뒤 "도둑이 주유소에 침입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현장에서 망을 보고 있던 강군을 붙잡았다.

곧바로 인근 지구대에서 순찰차 3대를 포함해 경찰 6명이 현장에 긴급 출동했지만 강군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고 경찰들은 현장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지 않은 채 간단한 정리만 한뒤 철수했다.

그러나 직원 이씨가 강군과 함께 인근 경찰 지구대로 자리를 옮겨 약 1시간 동안 조사를 받는 사이 달아난 것으로 보였던 중학생중 일부가 빈 주유소에 또다시 침입, 50만원이 든 현금 출납기를 통째로 들고 달아났다.

이씨는 "출동한 경찰이 사무실은 물론 주유소 인근을 제대로 수색하지도 않은 채 현장 정리만 간단히 하고 철수했다"면서 "경찰이 조금만 더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돈을 훔쳐간 학생은 주유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사무실과 연결돼 있는 직원용 간이식당에 숨어 있다가 주변이 조용해 지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중학생들에 대한 인적 사항 및 휴대폰 번호를 모두 확보했고 해당 부모들과 만나 '아이들과 만나거든 자수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조치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훔쳐간 학생은 아마도 현장에서 달아났다 나중에 다시 들어와 돈을 훔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수원 중부경찰서는 25일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강군을 조사한 뒤 귀가 조치하는 한편 나머지 학생들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검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