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화재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숨졌다. 결혼을 2개월여 앞둔 20대 소방관은 몸을 내던져 화마와 싸우다 순직했다. 함께 현장에 출동했던 동료 선·후배 소방관들은 넋이 나간 표정들이다. 국민도 젊은 소방관들의 희생을 애도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순직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지만 왜 이런 비극이 잦은 지 안타깝고 답답하다.

고 윤재희 소방사는 지난 27일 오후 이천의 한 육가공식품공장 화재현장에 출동, 불을 끄다 실종돼 다음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무너져 내린 건물 벽면사이에 끼인 상태였다. 열기가 너무 세 접근조차 어려웠지만 그는 빨리 불을 꺼야 한다며 가장 먼저 불길속으로 뛰어 들었다고 동료들은 전한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인 그는 결혼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평소 밝고 성실한 성품으로 동료들의 신임이 두터웠던 그는 소중한 가족과 여자친구를 뒤로 하고 먼 길을 떠나버렸다. 이날 화재현장에 출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여주소방서 소속 고 최태순 소방교는 부인과 4살난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이번 사고가 아니더라도 소방관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경기도재난본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11월 말까지 화재진압이나 사고현장 출동 등 공무수행과정에서 숨지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226명에 달한다. 소방공무원들의 피해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재난·재해현장이 활동영역인데다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사고 가능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타 시·도보다 소방관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11월 말 현재 경기도 소방공무원 5천251명 가운데 화재나 구조현장에 투입되는 외근 소방공무원은 5천32명으로, 소방공무원 1인당 도민수는 2천78명에 이른다. 이는 서울 1천929명, 부산 1천686명, 강원도 941명을 비롯 전국 평균인 1천635명에 비해 많은 숫자다.

늘 그랬듯이, 정부는 즉각 고인들에게 훈장과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하지만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과 인력·장비를 대폭 확충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소방관들이 어처구니 없이 화재현장에서 죽어가거나 과로로 쓰러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이번 사고가 소방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