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배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고급 쌀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경기도가 도내 농가에 중점보급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경기도의 농업정책에 대해 농촌진흥청은 “고시히카리에 대한 농가와 소비자들의 막연한 선호는 상술에 의한 환상에 불과하며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또 지방정부가 국내 우수품종을 제쳐두고 일본산 품종보급에 앞장선 것과 관련, '품종주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내년부터 도내 농가에 고시히카리 종자를 본격적으로 보급키 위해 올해 종자확대 생산에 돌입한다.
도는 올봄 1t의 고시히카리 종자를 파종해 가을에 100t의 종자를 확보, 희망농가에 보급할 방침이다. 100t의 종자는 2천500㏊에 파종할 수 있는 양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미의 대표 품종을 추청과 고시히카리로 단순화해 집중 재배한다는 것이 도의 기본 정책”이라며 “특히 고시히카리의 재배면적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는 올해 생산될 종자 100t을 내년 농가에 보급할 경우 현재 1%대인 고시히카리의 재배비율을 3%대로 끌어올리고 2008년에는 5~6%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국내 농업전문가들은 고시히카리가 그동안 수많은 재배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경기도의 확대보급 방침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고시히카리의 문제점은 큰 키로 인해 비·바람에 쓰러지는 도복률이 높고 도열병에 약하며 수량도 국산 품종에 비해 15% 이상 적다는 것이다.

2002년 농진청이 수원 작물과학원 포장에서 수행한 시험재배에서 국산 일품벼와 화성벼의 도복지수(기준=0~9)는 각각 '0'과 '1'이었던 반면 고시히카리는 '7'을 기록했다. 95년 도열병 비교시험에서도 화성벼와 일품벼의 잎도열병 지수(기준=1~9)는 '3'이었으나 고시히카리는 '5'를 받았다.
또 농진청 관계자는 '고시히카리의 밥맛이 국산쌀보다 탁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그동안 수많은 식미평가에서 우리쌀의 우수성이 입증됐다”면서 반박하고 “이미 80년대 국내시험에서 실패한 품종을 경기도가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도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재배농가에서 원하는 것을 보급, 쌀재배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시장논리에 따르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