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고시히카리 확대보급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경기도는 품종의 원산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맛이 좋은 고급 품종이라면 농가의 소득확대와 소비자의 욕구충족을 위해 당연히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국내 많은 농업 연구기관들은 이같은 경기도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시험재배를 통해 과학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식미평가에서도 국산 쌀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고시히카리를 주장하는 이유는=경기도의 고시히카리 확대보급 정책의 출발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했던 임창열 전 도지사의 지시로 도는 본격적인 고시히카리 보급정책 수립에 착수, 그해 2월 500㎏의 보급종 종자를 일본으로부터 정식 수입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품종 등록을 마쳤다.
 일본의 최고 품종으로 꼽히는 고시히카리의 맛이 국산에 비해 뛰어나고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으며 이같은 이유로 이미 도내 많은 농가들이 암암리에 고시히카리를 재배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순도높은 품종을 공식적으로 도입해 보급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고시히카리가 국산 우수품종보다 20~30%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도는 당시 들여온 500㎏의 고시히카리 종자를 종자보급소를 통해 매년 시험재배, 종자 증식에 주력하며 반대여론을 감안해 직접적인 농가보급은 주저해 왔으나 “시장논리에 따르겠다”며 보급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내 고시히카리 재배면적은 978㏊로 도전체 쌀재배면적(10만9천271㏊)의 1%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도는 병해충에 약해 국내 적응성이 떨어진다는 농진청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년동안 농가에서 재배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반박했다.

 ◇국내 적응력 보장할 수 있나=농촌진흥청은 80년대 이후 고시히카리에 대한 수많은 시험재배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적응성에 실패한 것으로 결론났다며 각종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고시히카리는 조생종으로 추석전 출하가 가능한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으나 도열병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큰 키로 인해 도복률이 높은 것이 최대 단점이다.

 91년 농진청 작물과학원에서 수행한 국산품종과의 비교시험〈표 참조〉에서 고시히카리의 잎도열병 지수는 이파리 대부분이 말라죽어 수확이 불가능한 단계인 '9'를 받은 반면 오대벼 지수는 '4'로 비교적 양호했다.
 또 2002년 같은 연구원의 재배시험〈표 참조〉에서는 국산 품종과 고시히카리 등 일본품종의 도복률을 비교할 수 있다. 이 시험에서 일본품종인 아키다고마치는 완전도복을 의미하는 도복지수 '9'를 받았고 고시히카리도 도복지수 '7'을 기록한 반면, 국산품종인 화성벼와 일품벼는 거의 쓰러지지 않았다.

 농진청 작물과학원 김연규 박사는 “고시히카리는 이미 80년대에 실패작으로 검증이 끝난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재배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시히카리는 국산 벼보다 수량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시히카리는 밥맛이 좋다?=경기도가 고시히카리를 전략품종으로 육성키로 한 결정적인 요인중 하나가 고시히카리의 밥맛이다. 고시히카리가 세계적으로 고급 쌀 품종으로 자리잡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진청과 국내 다른 연구기관들의 주장은 다르다.
 농진청은 2004년 일품벼, 고시히카리등 5종의 국내외 품종에 대한 식미검정을 전문패널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일품벼의 밥맛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왔으며 이어 삼광벼, 고시히카리, 호주자포니카, 중국상육397 순이었다고 밝혔다.
 또 2003년 영남농업연구원이 국산 주남벼와 고시히카리의 '식미 관능검정'을 한 결과에서도 주남벼가 2배 가까이 좋은 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농진청은 고시히카리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일부 판매자들이 상혼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시히카리는 환경에 민감한 품종의 특성상 일본에서도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 니가타현의 고시히카리와 다른 지역의 동일 품종의 가격차가 3배 이상 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농진청은 “DNA검사 결과 현재 국내에서 생산돼 '고시히카리'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상품들의 85%가 가짜”라며 “오히려 국내 유통시장만 혼탁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