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전남 백양사 휴게소 부근 박상교 밑에 버려져 12일 회수된 강화 해병의 K-2 소총과 탄창들.
인천 강화 해병대 총기류 탈취 사건 발생 이후부터 검거까지 일주일. 군·경은 범행 발생 1시간만에 대간첩 침투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고 전국엔 합동 검문소가 그물망처럼 퍼졌다. 검거 인력이 대거 보강되고 전국 주요 길목은 경찰과 군인의 검문으로 들썩였지만 정작 용의자 조모(35)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됐다.

조씨는 전국을 휘젓고 다녔다. 사건 현장인 인천 강화를 시작점으로 전국을 세로로 휘저으며 우리나라의 심장부인 서울까지 유유히 들어왔다. 군경의 검문검색시스템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일주가 벌어진 것이다. 특히 검거의 실마리도 용의자 조씨의 자수적 성격이 강한 편지에서 찾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검문검색 시스템의 공헌도는 '0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6시43분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고, 군·경 합동 검문검색이 시작된 시각은 2분 뒤인 오후 6시45분. 조씨는 서해안 고속도로 서서울요금소를 오후 7시10분께 유유히 통과했다. 28분 뒤인 오후 7시38분엔 청북요금소를 통과해 화성시 쪽으로 향했다. 당시 경찰이 배치된 시간은 오후 7시40분으로 탈취범은 이미 이 곳을 빠져나간 뒤다.

뒷북은 계속됐다. 오후 7시53분께 용의차량이 앞에 달리고 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화성경찰서는 발안요금소에 배치된 직원에게 용의차량 검문검색을 요청했을 뿐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후 10시40분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 논에서 범행 차량이 불에 탄 채 발견됐기 때문에 예비도주로 차단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에도 조씨는 충남과 전북, 전남지역을 넘나들며 수백개의 검문소의 검문검색을 무력화 시켰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며 신월IC부근에 설치된 검문소를 매일 지나갔다는 김모(35)씨는 "봉을 들고 검문하는 흉내만 내지 운전자의 인상착의나, 차량에 대한 철저한 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요즘은 낮이 짧아 차량 앞유리가 검게 틴팅된 차량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승객의 식별이 불가능한데도 그냥 스쳐지나갔다"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검문검색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초기 전력을 다해 검문검색을 강화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용의자가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가 아닌 도로들을 이용,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범행 전에 용의자를 검거, 일단 한숨을 돌린 만큼 검문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