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처음 실시된 하남시의 주민소환 투표는 김황식 시장이 현직을 유지하는 선에서 봉합되면서(경인일보 12월13일자 1면 보도) 주민소환제도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소환법이 소환청구사유 제한조항이 없어 이유를 불문하고 투표권자의 10∼20% 이상이 서명해 투표를 청구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1년뒤 또다시 청구가 가능, 사회적 낭비와 혼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주민소환투표 발의만으로 자치단체장의 권한행사를 정지토록 하는 것은 공무원의 투표 중립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는 별개로 장기간 행정공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과 시의원 등은 퇴출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주민 눈치만 보는 소극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책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독단을 견제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분열시키는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내포하고 있다"며 "또 기피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도 나타나고 있어 주민소환 투표법의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남시는 주민소환 투표제를 시행하면서 소환위측은 반대 집회와 촛불집회, 소복시위, 항의방문, 시의회 예산통과 저지 활동 등을 격렬하게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구속되기도 하고 시장과 주민, 공무원 등이 빈번하게 충돌하면서 고소·고발이 난무, 민심이 분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정문길 교수는 "주민소환제가 주민의 참정권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청구 이유가 불분명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며 청구사유 명시 등 주민소환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부패하고 무능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정치적 책임을 물어 해임할 수 있는 제도로 광역단체장은 주민(투표권자)의 10%, 기초단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 1이상 투표율과 유효투표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