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던 42일… 2명은 끝내 주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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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합동대책본부를 설치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인질석방을 촉구했으며 정부 고위급 인사가 현지로 파견됐다. 국민들의 기원을 뒤로하고 협상과정에서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는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살해위협과 장소이동 등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를 42일째 되던 8월 30일 나머지 21명은 무사히 풀려났다. 그러나 피랍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교회의 무리한 해외 선교활동은 국내외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피랍자 석방을 위한 정부의 거액 지급설이 퍼지며 후폭풍이 계속됐다. 정부 외교라인의 허술함도 지적됐다. 풀려 난 피랍자들은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 국민 떨게한 비뚤어진 실연의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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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범인의 검거 과정에서부터 검거 후 경찰의 수사발표까지 졸속으로 처리 돼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사건 발생직후 군·경의 검문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인천을 거쳐 화성, 전남, 부산, 서울을 유유히 오가며 몸을 숨겼고 경찰과 군은 연일 뒷북만 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검거 후에도 경찰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조씨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결론지었으나 군 수사기관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범인이 2주전부터 범행 현장을 답사하고 칼 등을 미리 구입해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라고 다시 수사 결과를 발표, 경찰의 조사를 뒤집었다. 군·경의 허술한 수사력이 뭇매를 맞으며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학교와 학원 '검은거래' 상처받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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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사는 문제유출후 잠적, 아직껏 행방이 묘연하다. 서울 J학원생 출신이면서 김포·명지·안양외고에 합격한 학생 63명은 모두 합격이 취소됐고 이들은 다른 불합격생들과 함께 지난 20일 재시험을 치렀다. 24일 재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태는 봉합 국면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합격이 취소됐던 학생들이 '합격 취소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갑론을박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학생들의 신뢰를 땅 끝까지 떨어뜨린 대사건이었다.
사라진 4명 다시 떠오른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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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과 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는 4명의 부녀자 살해·실종은 현재까지도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다. 경찰은 5천만원의 신고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졌다. 박씨의 시신만이 실종 5개월만인 지난 5월8일 안산시 사사동 인근 야산에서 알몸으로 발견됐지만 범인의 신원과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의 수사력 부재는 여론으로부터 뜨거운 뭇매를 맞았고 경찰은 여전히 이 사건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엽기적인 부녀자 살해는 계속됐다. 지난 3월1일 안성시 낙원동에서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던 사채업자 부녀자 2명도 사건발생 5개월만에 채무자 남편에 의해 엽총으로 살해돼 암매장된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무참히 짓밟힌 어린영혼 인면수심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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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이씨는 나흘간 어린 목숨을 담보로 금품을 요구하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초등학생을 산채로 유수지에 수장하는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견인 사업 실패로 진 빚 1억원과 유흥비로 탕진한 3천만원 등 1억3천만원을 마련하려던 것이 그 이유. 경찰은 이 사건에서 유괴사건에 대응하는 허술함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경찰은 총 6천358명을 동원, 사건 발생 71시간13분(만 3일)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촌각을 다투는 유괴사건임에도 경찰은 사건발생 8시간만에 단서를 잡고 범행에 사용된 견인차를 특정하기까지 60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인천 최고의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송도국제도시에 방범용 CCTV 하나 설치되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급히 추진된 도시건설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화마에 스러진 할머니들 눈물겨운 사연
6. 의왕 화장품 공장 화재 =펑! 펑 ! 여름 휴가철을 맞아 모두가 들떠있던 지난 8월9일 오후 8시35분. 의왕시 고천동 화장품 용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용기 코팅 작업을 하고 있던 이숙자(73)·김금중(64)·엄명자(62)·박형순(61)·변귀덕(60)·윤순금(60)씨 등 6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창문을깨고 뛰어내리다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비명에 간 할머니들의 사연엔 밤늦도록 영세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손자에게 장난감과 과자 사주는 재미로 하루 10시간 힘든일을 견딘 김금중 할머니, 아들의 이름으로 몰래 통장을 만들었던 변귀덕 할머니, 27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낸뒤 두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운 윤순금 할머니 등 저마다 가슴 찢어지는 할머니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전 국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이 공장은 화재보험에도 들지 않아 보상이 턱없이 부족, 주위를 더 안타깝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