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7!'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인천지역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계속됐다. 무더운 여름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분당샘물교회 봉사자들의 아프간 피랍, 또다시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화성부녀자 연쇄실종, 김포외고 파문, 그리고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강화도 총기탈취사건에 이르기까지… 이젠 모두 덮고 치유해야 할 상처들이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똑같은 불행이 반복돼서는 안되겠기에…


지옥같던 42일… 2명은 끝내 주검으로
 
 
1. 분당샘물교회 23명 아프간 피랍=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지난 7월19일. 충격적인 소식이 온 국민을 TV앞으로 끌어 들였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분당 샘물교회 교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집단 납치된 것. 그동안 살해를 서슴지 않았던 탈레반이기에 국민 모두가 가슴 졸이며 이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정부는 합동대책본부를 설치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인질석방을 촉구했으며 정부 고위급 인사가 현지로 파견됐다. 국민들의 기원을 뒤로하고 협상과정에서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는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살해위협과 장소이동 등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를 42일째 되던 8월 30일 나머지 21명은 무사히 풀려났다. 그러나 피랍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교회의 무리한 해외 선교활동은 국내외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피랍자 석방을 위한 정부의 거액 지급설이 퍼지며 후폭풍이 계속됐다. 정부 외교라인의 허술함도 지적됐다. 풀려 난 피랍자들은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 국민 떨게한 비뚤어진 실연의 복수극
 
 
2.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 =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한 한 남자의 비뚤어진 복수심이 일주일간 온 국민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다. 지난 6일 오후 5시47분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황산어시장 앞 길에서 조모(35)씨가 해병대 병사 2명을 차로 들이받고 무기를 탈취했다. 군인 1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다른 1명은 중상을 당했다. 군·경은 1주일간 수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사라진 무기와 범인을 추적했지만 결국 1주일이 넘어 범인이 보낸 편지에서 지문이 발견되면서 조씨를 검거했다.

이번 사건은 범인의 검거 과정에서부터 검거 후 경찰의 수사발표까지 졸속으로 처리 돼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사건 발생직후 군·경의 검문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인천을 거쳐 화성, 전남, 부산, 서울을 유유히 오가며 몸을 숨겼고 경찰과 군은 연일 뒷북만 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검거 후에도 경찰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조씨가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결론지었으나 군 수사기관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범인이 2주전부터 범행 현장을 답사하고 칼 등을 미리 구입해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라고 다시 수사 결과를 발표, 경찰의 조사를 뒤집었다. 군·경의 허술한 수사력이 뭇매를 맞으며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학교와 학원 '검은거래' 상처받은 아이들
 
 
3. 김포외고 신입생 선발고사 문제 유출 =
"엇! 오늘 아침 학원 버스에서 본 문제랑 똑같다는데요?" 지난 10월 30일 김포외고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이 인터넷에 짧은 글을 올리면서 '김포 외고 사태'로 통칭되는 대혼란이 시작됐다. 이 학생은 "친구가 서울 목동의 한 학원에 다니는데 시험날 아침 학원 버스를 타고가면서 학원 선생님이 나눠준 시험지의 문제가 김포외고 시험문제와 똑같았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은 눈덩이 처럼 불어났고 경찰과 경기도교육청이 수사·감사에 착수, 김포외고의 부장교사가 서울 목동 J학원으로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문제유출후 잠적, 아직껏 행방이 묘연하다. 서울 J학원생 출신이면서 김포·명지·안양외고에 합격한 학생 63명은 모두 합격이 취소됐고 이들은 다른 불합격생들과 함께 지난 20일 재시험을 치렀다. 24일 재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태는 봉합 국면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합격이 취소됐던 학생들이 '합격 취소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갑론을박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학생들의 신뢰를 땅 끝까지 떨어뜨린 대사건이었다.


사라진 4명 다시 떠오른 '살인의 추억'
 
 
4. 화성, 안성 부녀자 연쇄 살해·실종 =
지난 1월3일 화성은 또다시 치를 떨며 '살인의 추억'을 떠올려야만 했다. 불과 1개월전인 2006년 12월14일 새벽 노래방도우미 배모(45·여)씨가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에서, 같은달 24일 새벽 노래방도우미 박모(37·여)씨도 화성시 비봉면 톨게이트에서 휴대전화가 끊긴채 잇따라 실종된데 이어 이날 박모(52·여)씨 역시 비봉면 양노리에서 휴대전화가 꺼진채 실종됐기 때문. 여대생 연모(20)씨도 같은달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서 성당을 간다며 집을 나선뒤 지금껏 행방을 알수 없다.

지난 90년과 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는 4명의 부녀자 살해·실종은 현재까지도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다. 경찰은 5천만원의 신고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졌다. 박씨의 시신만이 실종 5개월만인 지난 5월8일 안산시 사사동 인근 야산에서 알몸으로 발견됐지만 범인의 신원과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의 수사력 부재는 여론으로부터 뜨거운 뭇매를 맞았고 경찰은 여전히 이 사건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엽기적인 부녀자 살해는 계속됐다. 지난 3월1일 안성시 낙원동에서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던 사채업자 부녀자 2명도 사건발생 5개월만에 채무자 남편에 의해 엽총으로 살해돼 암매장된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무참히 짓밟힌 어린영혼 인면수심 범행
 
 
5. 인천 송도 초등학생 납치 유괴·살인사건=
"네가 인간이야?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너도 빠져 죽어 너도…. " 지난 3월 19일 오전 10시50분께 남동국가산업단지내 유수지에선 송도 초등학생 납치 유괴·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열렸다. 범인 이모(29·레커차 기사)씨는 마대를 씌운 박모(8)군을 유수지로 던져 살해하는 장면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어린이 납치 유괴·살인사건이 지난 3월1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서 발생, 또 다시 세상을 경악케 했다.

범인 이씨는 나흘간 어린 목숨을 담보로 금품을 요구하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초등학생을 산채로 유수지에 수장하는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견인 사업 실패로 진 빚 1억원과 유흥비로 탕진한 3천만원 등 1억3천만원을 마련하려던 것이 그 이유. 경찰은 이 사건에서 유괴사건에 대응하는 허술함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경찰은 총 6천358명을 동원, 사건 발생 71시간13분(만 3일)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촌각을 다투는 유괴사건임에도 경찰은 사건발생 8시간만에 단서를 잡고 범행에 사용된 견인차를 특정하기까지 60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인천 최고의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송도국제도시에 방범용 CCTV 하나 설치되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급히 추진된 도시건설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화마에 스러진 할머니들 눈물겨운 사연
6. 의왕 화장품 공장 화재 =
펑! 펑 ! 여름 휴가철을 맞아 모두가 들떠있던 지난 8월9일 오후 8시35분. 의왕시 고천동 화장품 용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용기 코팅 작업을 하고 있던 이숙자(73)·김금중(64)·엄명자(62)·박형순(61)·변귀덕(60)·윤순금(60)씨 등 6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창문을깨고 뛰어내리다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비명에 간 할머니들의 사연엔 밤늦도록 영세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손자에게 장난감과 과자 사주는 재미로 하루 10시간 힘든일을 견딘 김금중 할머니, 아들의 이름으로 몰래 통장을 만들었던 변귀덕 할머니, 27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낸뒤 두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운 윤순금 할머니 등 저마다 가슴 찢어지는 할머니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전 국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이 공장은 화재보험에도 들지 않아 보상이 턱없이 부족, 주위를 더 안타깝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