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한 상태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박종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신뢰와 정책혜택 및 정부 공정성에 대한 태도'라는 논문을 최근 열린 행정학회 학술대회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정부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 혜택을 확대하는 인기영합적인 정책보다는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깨끗하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서베이 결과를 분석해 작성한 이 논문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부가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공직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대해 `거의 없음' 30.0%, `일부' 63.0%, `많이' 7.0% 등으로 93.0%가 공무원의 정직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공직자들의 부패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부패했다' 11.7%, `많은 사람이 부패했다' 39.9%, `일부만이 부패했다' 47.3%, `거의 아무도 부패하지 않았다' 1.1% 등으로 부패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51.6%로 집계됐다.

   공직자들이 법을 지키느냐는 질문에는 `거의 지키지 않는다' 21.3%, `가끔 지킨다' 47.0%, `대부분 지킨다' 29.3%, `항상 지킨다' 2.4%였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법을 안지킨다는 응답이 68.3%에 이르는 셈이다.

   공직자들이 세금을 얼마나 낭비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이' 60.0%, `일부' 36.5%, `거의 낭비 안함' 3.3% 등이었다.

  
◇ "정부 소수 특권층을 위한다"
정부는 공정성에서도 의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소수 특권층의 이익' 71.4%, `대다수 국민의 이익' 28.2% 등으로 답변이 나왔다.

   본인은 상위계층과 비교해 정부로부터 분배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공정하지 않다' 19.5%, `별로 공정하지 않다' 53.9%, `약간 공정' 25.0%, `매우 공정' 1.5% 등으로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73.4%에 이르렀다.

   정책 결정 과정도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편견이 없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견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가 19.5%, `별로 그렇지 않다'가 52.7%였는데 비해 `약간 그렇다'는 25.4%, `매우 그렇다'는 2.3%에 각각 머물렀다. 응답자의 72.2%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의 공정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는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16.3%, `별로 그렇지 않다' 54.6%, `약간 그렇다' 27.3%, `매우 그렇다' 1.8%여서 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한다는 응답이 70.9%으로 집계됐다.

  
◇ "정부정책으로 혜택 못받는다"
국민들은 정부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부터 어느정도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는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 37.1%, `별로 받고 있지 못하다' 49.2%, `약간 받고 있다' 12.6%, `많이 받고 있다' 1.1% 등으로 86.3%가 부정적이었다.

   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의한 혜택에 대해서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 29.9%,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 42.2%, `약간 받고 있다' 25.6%, `많이 받고 있다' 2.3%였다. 혜택을 거의 못받는 응답이 72.1%나 됐다.

   이런 불신은 현 정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받는 혜택이 현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 어떠한 지에 대해 물었더니 `비슷하다' 59.4%에 이르렀고 사회복지정책 혜택에 대해서도 같은 응답의 비율이 60.3%였다.

   현 정부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불만족' 22.7%, `불만족한 편' 55.6%, `만족하는 편' 20.5%, `매우 만족' 1.2%였다. 중앙정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신뢰안함' 13.5%, `별로 신뢰 안함' 53.6%, `약간 신뢰' 32.5%, `매우 신뢰' 0.3% 등이었다.

  
◇ 절차적 공정성 중요
박 교수는 논문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기술적 능력 ▲ 제도로서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정부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정책적인 수혜의 수준보다는 공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책혜택을 확대하면 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갈 수 있으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편파성.정파성을 배제해야 하며 정책결정 과정이 공정하고 정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많은 정책혜택을 주기 위해 인기영합의 정책을 펼치더라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KDI 보고서에서도 통치기구 불신 심각
통치기구에 대한 불신과 관련한 보고서는 작년에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예산처의 의뢰로 작성해 작년말에 내놓은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라는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적기관과 민간기관에 대한 신뢰와 관련해 불신을 0점, 신뢰를 10점으로 정하고 응답에 대한 점수를 냈더니 교육기관과 시민단체는 각각 5.4점으로, 0∼10점 척도의 중간값인 5점을 간신히 넘었다.

   나머지 부문은 언론.군대 각 4.9점, 대기업 4.7점, 노동조합 4.6점, 경찰 4.5점, 법원 4.3점, 검찰 4.2점, 지자체 3.9점, 정부.정당 각 3.3점, 국회 3.0점 등으로 중간값인 5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국회.정당.정부.지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국민들이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뢰도인 4.0보다 낮은 수준이며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검찰.법원.경찰.군대 역시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전반적인 신뢰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에서 부정적인 답변의 비율을 뺀 수치는 국회 -67%, 정부 -56%, 검찰 -26.4%, 법원 -23.5%, 경찰 -16.1%, 군 -5.2% 등으로 나와 공적기관중에서도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법원 판결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50%에 머물렀고 경찰의 법집행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반면 행정기관의 민원서비스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70%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전국 1천50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사회적 자본에 초점을 맞춘 국내 최초의 종합조사에 해당된다고 KDI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