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지역사회부)
거대 함정 '안양호'가 지난 12·19 시장 재선거를 통해 선장을 신중대에서 이필운으로 교체하고 새로운 항해 길에 나섰다.

63만명의 승객은 선장이 없었던 지난 50여일간의 인사 파동 등 각종 혼란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자못 기대하고 있다. 특히 새 선장의 뛰어난 항해술로 안전하고 편안한 항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에 대답이라도 하듯 새로 부임한 이 선장은 지난 24일 권한 대행의 지시를 거부한 총무국장, 총무과장, 인사팀장 등 중심 항해사 3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전격 교체를 단행했다. 교체 이유는 "이들 3명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경기도가 감사를 벌이고 있어 원활한 항해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앞으로 또 어떠한 행정조치가 어떻게 내려질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조만간 후속 인사가 폭 넓게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순항을 위해선 선원 관리 등 조직 관리를 위한 인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인사와 제도만으로 순항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 역사에서 법치를 내세웠던 진시황 시대가 단명에 그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작은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는 기초자치단체의 가치체계는 제도(법치)보다는 권위와 도덕, 그리고 따뜻한 인정에 있다고 본다.

30여년간의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새 선장이 누구보다도 많은 사고를 갖고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겠지만 인의를 가볍게 여기는 패도(覇道)보다는 포용력을 바탕으로 한 왕도(王道) 행정이 절대 필요하다.

전임 선장은 누구보다도 강하게 법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많은 시민은 너무 강하게 내세운 법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권위와 도덕을 강조한 중국의 역대 왕조가 장수했고, 유교를 통치 철학으로 삼았던 조선왕조가 500년의 역사를 쌓았다.

현 단계에서 새 선장이 권위와 도덕을 재확립, 새 지표로 삼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그래야만 새 선장이 바라는 시민과 공직자 화합을 이끌어 낼 수가 있다.

안양시민 모두가 희망하는 순항은 법치도 중요하지만 선장-항해사-승객 사이에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삼자가 탄탄한 일체감을 보일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