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도로 건설이 봇물을 이루는 결정적인 이유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도로에 투자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교부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국가지원지방도 지연이다. 건교부는 지난 97년 남사~동탄(10.8㎞), 오포~포곡(6.2㎞), 본오~오목천(4.3㎞) 등 4개 국가지원지방도의 설계를 완료해 경기도에 이관한뒤 8년이 넘도록 예산 지원을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비를 뺀 최근 5년간 경기도의 도로분야 순수 도비 투입액은 2002년 2천613억, 2003년 3천170억, 2004년 2천590억, 2005년 4천587억원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다 올해는 1천74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지방세 수입이 극대화됐던 지난 2003~2004년 사이 신규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했으나 이후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신규도로 건설을 지양하고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매년 시군에 지원하던 도로 도비보조액을 한 푼도 반영하지 못했다. 도는 지난 2003년만 하더라도 2천366억원을 시군 보조액으로 내놨으나 이후 2004년 1천364억원, 2005년 634억원으로 꾸준히 줄이더니 아예 지원줄을 끊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자도로는 국가와 지자체에게 강력한 유혹이다.
대부분의 민자도로는 국가나 지자체가 토지보상비를 지원하고 민간투자자가 건설비를 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토지보상비가 높은 수도권의 경우 보상비와 건설비의 비율이 대략 4대6 정도다. 2천억원 규모의 공사라면 지자체는 800억원의 토지보상비 만으로 도로를 뚫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민간투자자에게 운영수입보장을 할 수 없도록 민간투자법이 개정된 것도 민자도로 사업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상 적자가 생길경우 이를 보전해 줬으나 이로 인한 폐단이 커지자 법을 고쳤다.
민간투자자는 일단 사업이 확정되기만 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기 때문에 예상 교통량 등을 부풀려 사업을 따냈고 그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졌으나 수익보장이 없어지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위험부담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또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사들도 민자도로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민자도로가 대부분 고속도로 수준의 대규모 공사위주였던 반면 최근들어 시군 단위의 단구간 민자도로 제안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타당성만 있다면 민자도로 건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최근들어 건설사들의 민자도로 제안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자도로 건설은 필연적으로 시민 저항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기존 유료도로들이 끊임없이 요금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처럼 요금책정을 둘러싼 시민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거나 자가용 이용률을 줄일 수 있는 정책대안은 내놓지 않고 시민의 부담을 전제로한 무책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월요기획] ■ 民資 도로건설 왜 늘어나나
입력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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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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