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수원 호매실중학교 음악실에서 선천성 '왜소증'을 극복하고 대중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김예진양이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꼭 줄리아드 음대에 갈 거예요.
저라고 왜 못가나요? 장학금 받으면서 다녀야죠~."
31일 수원 호매실중학교 음악실에서 만난 김예진(15·3학년)양은 키가 무척 작았다.
손과 발도 다른 친구들보다 작았고 얼굴도 까맸다.
그래도 피아노 연주 실력만큼은 교내 1인자로 꼽히는 예진이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선천성 '왜소증(골 형성 부전증)'을 앓는 예진이의 키는 125㎝.
피아노 의자에 앉으려면 팔을 짚고 뛰어올라야 하고 발도 닿지 않아 페달이 피아노 중간쯤에 있는 '특별한 피아노'를 사용한다. 손도 작고 곱아 피아노를 치는 것 만으로도 대견한데 타고난 표현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를 가르치는 김이나(수원 연세음악학원) 선생은 "풍부한 감성을 타고난데다 손가락에 힘이 붙으면서 연주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국내 예술대 정도는 충분히 진학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피아노는 예진이에게 '친구들'이라는 소중한 선물도 안겨줬다.

김이나 선생은 "예전엔 누가 쳐다만 봐도 '왜 쳐다보느냐'며 소리지르고 신경질을 냈는데 피아노를 배우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조용한게 이상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얼마전부터는 유독 영어에 열심이다. 줄리아드 음대에 가겠다는 의지에서다.

"처음에는 영어 단어 외우기 싫어서 건너뛰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젠 미국에서 공부하려는 희망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요. 전 한다면 한다구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쇼팽'이나 '리스트'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진보라(21) 언니요. 재즈 피아니스트 있잖아요. 버클리 음대 다니구요."

"요즘 예술계에 진학하려는 중·고교생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죠. 뛰어난 연주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예쁘고 스타일리시해서 모델로도 유명하거든요." 옆에 있던 이민경 담임교사가 거들었다.

예진이도 보통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노래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전 '어거스트 러쉬'란 영화를 감명깊게 봤다고 한다.

예진이는 "마법과도 같은 음악 재능을 가진 한 어린이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거든요. 물론 영화속 주인공 같은 천재적인 재능이 저에겐 없지만 피아노는 재능보다 노력이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3~4년 뒤에 제가 줄리아드 음대에 들어가면 그때 또 한번 취재해 주세요"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