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과 함께 입시제도에 대한 큰 폭의 손질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내부에서 수능 등급제의 변별력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교육과정평가원 학술지인 '교육과정평가연구' 최근호에 따르면 양길석 선임연구위원 등 4명의 연구진은 '대학입학시험 점수체제 국외 사례연구'라는 글에서 "사전검사를 시행하기 어렵고 어떤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등급이 고루 분포되도록 출제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이는 시험의 문항수와 응시자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시험체제는 그대로 둔 채 점수체제만 바꿨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등급제에 대해 "점수 1점 차이가 과연 정확한 능력의 변별인가 하는 문제제기이자 학생의 실제 능력을 함양하려는 교육 방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대입의 주체인 정부, 고교, 대학 간의 숙의와 사전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최근 대입정책의 추진방향과는 달리 대학은 영역별 점수를 합산하는 총점제 방식을 여전히 취하고 있으며 상대적 서열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체제이기에 다른 수험생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여전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등급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등급 결정도 결국 상대적 서열에 따른 것이므로 수능은 규준참조검사(규준에 근거해 상대적 서열을 결정하는 시험)의 특성을 여전히 갖는다"면서 "이러한 특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사전검사 실시, 동등화와 척도화를 적용한 점수산출, 수능 복수시행 등의 개선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