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실업계고 특성화 지원

실업(實業)계 고등학교가 바뀌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속에서도 상당수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대학에도 진학한다. 어떤 학교는 2~3: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야 할 만큼 인기가 좋다.
그동안 실업계 고교는 학벌중시 풍조가 만연하면서 '실업(失業)'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낙인효과로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특화 교육과정을 선택해 운영할 수 있고 기업체과 연계한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명문학교로 발전하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학교들이 여기 있다.

●21세기형 혁신교육=얼마전 두발로 걷는 로봇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젠 집에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가정부 로봇에서부터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봐오던 전투로봇까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다.
성남시 분당구의 양영디지털고등학교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로부터 일반 공업고등학교에서 로봇 특성화 지원학교로 지정된 후 정보전자과와 멀티미디어통신과를 디지털로봇과와 멀티미디어과로 개편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 논리회로, 로봇제어 등 로봇 제작을 위한 전자기초기술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12억원을 지원받아 로봇응용실과 전자회로실 등 첨단 기기를 갖춘 실습공간도 마련했다.
이렇게 로봇 특성화고로 개편된 후 한달도 채 안돼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315명 정원에 무려 1천여명 이상 몰려 3: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제대로 홍보전단지 한 번 돌리지 못했지만 이 학교의 유명세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금세 퍼져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매년 정원의 10%이상 미달됐던 2~3년전과는 전혀 다른 학교로 변해있었다.
박영복 교무부장은 “인문계 학교에 갈 성적이 안돼 실업계고를 온다는 시대는 지났다”며 “실업계특성화학교는 특정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전문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장으로서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하남시에 위치한 한국 애니메이션고등학교는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게임관련 특성화학교로 지난 2003년 설립돼 애니메이션 만화창작과 영상연출, 컴퓨터게임제작 등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시대에 대응하 기 위한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창애 전공부장은 “산업체와 연계한 현장연수를 통해 업체의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며 “교실안의 수업이 아닌 현장에서 교육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명문학교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석이조, 실업계고교 부활=현재 도내에는 한국애니메이션고를 비롯해 한국관광고, 한국도예고, 청담정보통신고 등 6개 특성화고와 일반 실업고에서 학과개편을 통해 특성화교육을 실시중인 양영디지털고와 파주공고 등 실업계특성화고 2개교를 포함 모두 124개 실업계고교가 있다.
이들 학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실업계고교 활성화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학년도 도내 124개 실업계고 입학 평균 경쟁률은 3만2천142명 정원에 3만7천62명이 지원해 1.1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005년 1.12:1, 2004년 1.03:1에 비해 최근 실업계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실업고 출신 졸업생들의 진로도 취업과 진학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2만9천233명 졸업생중 취업은 7천974명(27.3%), 진학은 1만9천885명(68%)으로 전년도 취업 1만761명(35%), 진학 1만8천명(56.6%)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 대학에서 정원의 3% 범위내에서 실업고특별전형을 실시하면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오는 2011년까지 현재 2개의 도내 실업계특성화고를 18개교로 확대해 지역 전문인력 배출을 위한 거점학교로 육성할 계획이다.

도는 우선 올해 2~3개교를 추가로 지정해 각 학교에서 수립한 특성화계획을 토대로 학과과정을 개편하고 이에 걸맞는 학교시설 및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총 26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업계고의 특성화 학과개편을 확대하고 산학협력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데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