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은행강도사건이 발생해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강도들이 농협업무 시간을 피해 사건발생시점을 정한 것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대부분의 은행강도사건이 업무중 흉기로 위협한 후 순식간에 돈을 강탈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들은 범행시간대라고 생각하기 힘든 이른시간을 선택했다고 하니 이들의 치밀함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더욱이 현금인출기 장애발생 허위신고로 보안업체 직원을 불러들이는 대범함을 보였다고 한다.

문제는 범행수법은 다양화하고 치밀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보안은 항상 뒷북이라는 데 있다. 더욱이 강화도 총기탈취사건 발생 때 보안이 허술한 농협 등 제2금융권에서는 2차 범행 대상지로서의 가능성이 높자 자율방범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데 보안강화조치가 마무리된 지 한 달도 안돼 농협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당시에만 보안과 예방에 관심을 둘 뿐 지나면 더 이상의 조치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는 사건예방노력 부재 등 그동안 고질로 지적돼 온 총체적인 안전의식 부실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보안직원을 제압하기 위해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는 잔인함도 보였다고 한다. 업무의 특성상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한 안전업무를 수행하면서 파트너없이 홀로 출동한 것도 이번 은행강도를 가능케 했다 할 수 있다. CCTV의 화면기록을 없애기 위해 은행매장내 화면 저장장치에 물을 붓는 치밀함에도 불구하고 원상복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심하지만 범인검거에 한가닥 희망을 걸 수 있다는 데서 그렇다.

은행강도는 짧은 시간에 큰 돈을 챙길 수 있다는 데서 범행유혹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범행을 모의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예상 밖의 수법이 동원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금융기관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로, 지금부터라도 범행수법에 앞선 예방대책 시스템을 가동해 은행털이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객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보안은 고객과의 약속이며, 은행이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잊지 말고 각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