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권인수인계를 위한 공식업무보고를 마무리졌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이제부턴 국정운영청사진을 세부적으로 가다듬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그런데 정책구체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여 걱정이 크다. 총론적으로 제시된 정책방향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정책기조를 뒤집는 '개조' 작업이라서 그렇다. 정책을 집행하는 각 부처로서는 내부검토와 계산이 복잡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론을 수렴, 반영해야 하는 굵직한 사안이 많다는 것도 정책결정과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방향을 요약하면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다. 교육의 경우 '교육부 대입업무 대학협의체 이양'과 '수능등급제 존폐 내지 보완', 경제는 '출자총액제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사회 '홍보처 폐지' '기자실 원상복구'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통합' 등 참여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차별화된 굵직한 사안들이 중점추진과제다. 인수위는 정책을 2월 중순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업무보고를 끝내면서 가진 전체회의에서 '강행군'이었다고 밝혔듯이 앞으로도 '초 스피드 강행군'은 예견된다. 짧은 기간에 새 정부에 맞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나 산업은행 민영화는 좀더 충분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20% 절감 목표도 세부실행방안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대형 프로젝트인 대운하는 찬반이 비등해 전문가와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수렴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강행군으로 해결할 만한 작업이 없다는 데서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의욕이 앞서다 보면 설익은 정책을 양산할 수도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기간보다 더 긴 시간과 국론분열 등 후유증이 클수 있다는 점을 말해 둔다. 인수위에서 구체화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정책은 국정운영철학이나 국정지표·정책방향 등을 토대로 과제만을 도출, 꾸려질 정부에 넘기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본다. 결정된 정책은 새정부 5년뿐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국운을 담고 있다는 데서 바른 판단을 위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