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안이 16일 마침내 얼개를 드러냈다.
현행 18부4처의 직제를 13부2처로 `슬림화'한 것이 기본 골격이다. 타부처와 기능이 중복되는 통일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폐지됨으로써 정부 전체의 몸집이 3분의 1(22개 부처→15개 부처로 31% 감소) 가량 축소됐다.
청와대도 현행 4실8수석 체제에서 1실7수석으로 축소됐고, 국무총리실도 2실에서 1실로 반감된 것은 물론 민정수석과 정무수석 제도 등도 폐지돼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관급 자리는 40개에서 29개로 대폭 줄었고, 차관급(96명→88명)과 고위공무원단(1천214명→1천121명)도 감축됐다. 행정부 공무원수는 95만1천920명에서 94만4천969명으로 7천명 가까이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외형상 축소보다는 `질적 효율화'에 주안점을 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정부 직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기능에 따라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의 `군더더기'를 덜어냈다는 데 인수위는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현행 정부 편제가 중앙정부 역할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독점적이어서 민간과 지방자치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데다 `위인설관'으로 기능이 중첩돼 있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최근 행정부의 편제를 광역화하면서 부처의 수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수위가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4대 기본방향'을 ▲유능한 정부 ▲작은 정부 ▲섬기는 정부 ▲실용정부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도 정부조직도에서 상층부를 줄이고 부처 중심의 책임행정을 구현해 정부의 거시 기획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규제완화다. "기업이 하나의 업무를 보려고 이 부처, 저 부처에 서류들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섬기는 도우미'로서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정부를 거듭 나게 하는 게 기본개념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을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대통령의 직할체제가 강화된 점이다.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서 `중간보스'의 역할을 해온 부총리제가 폐지되고, 대통령과 내각이 대통령실을 `연결통로'로 직접 소통하며 협의하는 `일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됐다.그 대신 특무장관직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무너졌던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를 복원하는데도 초점을 뒀다.
경제부처의 `대수술'도 이번 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다. 경제정책 기획과 조정 역량을 강화하고 재정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해 현재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친 `기획재정부'가 신설됐다.
또 금융감독위원회가 재정경제부의 금융관련 기능을 이관받아 '금융위원회'로 확대됐으며, 사실상 임무가 끝난 재경부의 공적자금관리 기능은 폐지되고 재경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로, 소비자정책은 공정거래위원회로 각각 옮기게 됐다.
경제부처가 기능별로 재편됐으나 기획재정부가 경제총괄 정책과 예산편성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수석부처'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공룡부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물 경제부처의 경우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이 합쳐져 `지식경제부'가 신설되고,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등이 헤쳐모여 `국토해양부'로 거듭난 점이 이목을 끈다.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조직이 분산돼있는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포석이다.
비경제부처 가운데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교육부의 학생선발과 학사업무 등 핵심 기능이 민간과 지방으로 이양되고 과학기술부와 통합돼 `인재과학부'로 탈바꿈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권홍보와 기자실 폐지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정홍보처는 8년8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통일부의 폐지다. 당초 남북관계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존치시키는 쪽이 유력히 검토됐으나 막판 조정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와 통폐합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규모를 가급적 줄이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이 당선인측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직개편이야말로 `이명박식 개혁'의 선명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됐다는 것.
또 국회 입법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정통.해수.과기.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조직법 통과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일부의 폐지는 이를 일종의 `대야협상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까지 포함해 5부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협의과정에서 신당이 조직개편안에 일괄 반대할 경우 통일부를 존치시키고 나머지 4부는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려는 계산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놓고는 각계에서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실이 `작고 강한 청와대'의 기치 아래 의사전달 기능은 물론 총리실이 수행해온 국무조정 기능까지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 일선 부처들간 역할과 권한설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폐지대상 부처와 관련된 이익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단체 등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데다 여성계도 여성가족부 폐지에 강하게 반기를 들 조짐이다. 해양수산부도 어촌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인수위 단계의 논의 못지 않게 국회 통과과정도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조직개편> 주요 내용과 의미
입력 2008-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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