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수입은 완전히 끊겼고, TV에서는 정부가 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거나 누가 몇억원을 내놨다는 소식이 이어지는데 정작 우리는 1원짜리 동전 하나 구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방비가 없어 이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때지 못하는 집들이 수두룩합니다."
서해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어민 강태창(47)씨의 절망섞인 호소다.

   강씨는 "사고후 40일이 지나도록 마을 출신 외지인들이 보내온 성금 410만원이 전부이며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을 끓여줄 가스비도 버거운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태안지역에서 기름피해와 이에 따른 생계비 걱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긴급지원한 생계비 300억원과 국민 성금 300억원 등 600억원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주민들의 절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태안군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13일 긴급생계지원비 300억원을 충남도에 보내 이달말까지 주민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충남도는 이와 관련, 양식장 등 피해규모와 오염된 해안선의 길이 등에 따라 가장 피해가 큰 태안군에 70%인 210억원을 배정하고 서산시, 보령시, 당진군, 홍성군, 서천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나머지 5개 지자체에 나머지 90억원을 고루 배분하는 내용의 잠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보령시와 서산시 등의 어민들이 "피해규모 산정이 잘못됐다"거나 "서해안 지역 전체가 수산물 수요 및 관광객 급감에 따른 공동의 피해를 입게 된 상황에서 실질적 피해보상이 아닌 주민 생계비 지원만큼은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배분비율과 지급시기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6일 직접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해당 지자체장들을 불러 조율을 모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6개 지자체장들은 태안 주민 지 모씨가 집회도중 분신한 18일에도 생계비 배분을 위한 긴급회의를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의 비극을 가슴 아파한 국민들과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모아 충남도와 태안군 등에 보낸 성금 300억원도 갈 곳을 못 찾고 해당 지자체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가구와 인구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성금을 나눠주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이 돈이 당장 먹고살 걱정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태안지역 주민들은 "도대체 돈이 어디로 갔느냐. 정부는 정부대로, 도는 도대로, 군은 군대로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으니 힘없는 어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태안 유류유출 투쟁위원회도 전날 집회에서 "우리가 다 죽고 난 뒤에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냐"면서 정부가 특별법 제정과 함께 보험사의 보상에 앞서 예산으로 보상금을 선지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악화일로를 치닫는 지역 민심을 감안해 강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이미 배정된 300억원의 긴급생계지원자금은 조속히 집행돼야 한다"면서 "충남도가 요구하고 있는 300억원의 추가자금이나 250억원 가량 되는 각지의 성금도 가능한 한 설 이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화일로를 치닫는 지역 민심을 감안해 이완구 지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려 보낸 긴급 생계비 300억 원과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은 추가 생계비 300억 원, 충남도로 답지한 성금 150억 원 중 일부를 긴급 방출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강 장관과 이 지사의 말이 이번에는 꼭 실현되기를 태안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