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 시범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근대사법 100년사에 혁명적 재판시스템이라 일컬어지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두고 훈수가 한창이다. 인권보장을 목표로 한 검찰권 축소와 더불어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크다. 우려와 기대의 기준도 처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대하는 국민들은 국민참여재판이 검·경의 수사관행은 물론 서류위주의 재판과정, 그리고 전관예우로 불려지던 법조 개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선 배심원들이 과연 법관만큼 현명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부정적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법원과 검찰에서는 배심원단의 전문적인 법률 소양부족이 결국 감성적인 재판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도상의 불균형도 문제다. 배심원 제도와 사법서비스 확대는 로스쿨제도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값싸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한 변호사 배출 규모는 여전히 확대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명분만 남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는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의 국선변호인제도와 국선전담변호인 제도만으로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쉽게 이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마찬가지다. 또한 법관들의 업무 과중, 중재와 화해를 허용하지 않는 국민의 법 감정, 수사기관의 관행타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선변호인과 국선변호인 사건간의 양형 차이도 고질적인 문제다. 지나친 로스쿨정원 제한도 문제다. 사법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익변호사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변호사 배출구조와 로스쿨 입학정원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습법을 핵심으로 한 영미법계와 달리 법조문의 해석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대륙법계 법률도 문제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법과 법률이 지향하는 법정신이 일치하지 않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나 법원이 국민 위의 기관으로 군림해 왔다는 비난이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작은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과제일수록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정부조직법의 개혁에 버금가는 검찰과 법원의 사법개혁이 필요하다. 사법의 선진화가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