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절차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데 대해 23일 인수위가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자세로 보일 수 있다"며 신중하지만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태도를 `국회 자율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거부권 시사는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노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와 국회간 대치 양상까지 표출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듯한 발언으로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선 안된다"며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민적 화합과 정부조직법 논의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서도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면서, 다만 "인수위에서 28일까지 (정부조직법) 논의를 마치고 국회 의결을 해달라는 건 오만과 독선이며, 결코 있을 수 없다. 면밀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고 국민의 뜻과 의견이 반영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돼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인수위측에도 각을 세웠다.

   우상호 대변인도 "신당이 분명한 자기 견해를 갖고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심의해서 충분히 우리 의견을 반영할 것인데 대통령이 굳이 왈가왈부해서 이 사안의 성격을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임기를 마무리 하는 대통령께서 자꾸 발언하는 것은 신당 입장에서는 거북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인수위는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하고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로, 정치적 코멘트는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안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2년과 9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정권의 순조로운 인수인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한 바 있다"면서 "국민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신속한 처리를 위해 행자위 일괄 회부를 요구했지만 신당이 반대해 결국 각 상임위로 찢어져서 회부됐다"며 "그런데도 절차가 잘못됐다고 비난하고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신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는 이미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법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면서 "심의 조차 하지 않은 법안을 갖고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회가 하는 것을 대통령이 간섭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 개편안 논의 내용에 따라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전날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청와대의 뜻은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조직개편은 정부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므로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취지"라며 노 대통령 발언의 방점이 `거부권 행사'가 아닌 `정상적 논의'에 있음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 일일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전날 노 대통령이 "내주 국무회의때 보다 진전된 토론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만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논리와 입장을 정리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저녁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및 행자위 소속 의원들을 시내 모처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