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절차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데 대해 23일 인수위가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자세로 보일 수 있다"며 신중하지만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태도를 '국회 자율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거부권 시사는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노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와 국회간 대치 양상까지 표출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듯한 발언으로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선 안된다"며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민적 화합과 정부조직법 논의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서도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신당이 분명한 자기 견해를 갖고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심의해서 충분히 우리 의견을 반영할 것인데 대통령이 굳이 왈가왈부해서 이 사안의 성격을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임기를 마무리 하는 대통령께서 자꾸 발언하는것은 신당 입장에서는 거북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인수위는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하고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로, 정치적 코멘트는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안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2년과 9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정권의 순조로운 인수인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한 바 있다"면서 "국민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보고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신속한 처리를 위해 행자위 일괄 회부를 요구했지만 신당이 반대해 결국 각 상임위로 찢어져서 회부됐다"며 "그런데도 절차가 잘못됐다고 비난하고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신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인 천호선 홍보수석은 "손 대표의 정부조직에 대한 철학은 뭔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는 게 부당하다고 했는데 이는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과연 정치지도자로서 충분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물러나는 대통령' 언급에 대해서도 천 대변인은 "이번 정부개편안은 현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현 대통령이 도장을 찍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인수위와 한나라당이야 말로 아직 시작되지 않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