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50여년간 총성과 폭격으로 신음했던 매향리에 황색 깃발이 내려진 지 2년6개월이다. 2000년 4월 매향리 미 공군 쿠니사격장에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경인일보의 최초 보도이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사격장 폐지운동이 전개돼 2005년 8월 25일 포성이 멎었다. 화성시는 이 사격장 부지에 평화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오는 2013년까지 사업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관련부처간의 이견과 예산확보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선무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사격장 주변의 복원이다. 이 지역의 납성분은 기준치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도가 국내 환경기준의 수백배를 넘고 불발탄도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지난 16일 국방부가 실시한 매향리사격장 환경오염실태에 대한 공개에서도 주민들은 실효성있는 완전한 복원계획이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갯벌속에 묻혀있는 불발탄 등의 처리문제도 간단한 것이 아니다. 또한 매향리 일원 공여구역인 2천279만6천㎡를 제외한 전용 공여구역 97만3천㎡를 평화생태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예산확보방안이 만만치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온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인천공항 항로를 개설하고 부두·요트시설, 갯벌·해양체험시설 등을 갖춘 해양리조트와 역사관과 기념관, 생태공원 등을 설치해 평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매향리와 매향리 주변의 섬들이 폐허가 된 마당에 이 같은 보상책은 어찌보면 미미할 정도다. 주민들도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의 일부를 평화마을 조성비로 내놓기로 한 상태다.

매향리 정화사업은 향후 2년6개월에 걸쳐 1천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방대한 작업이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만 평화공원 조성사업도 착수할 수 있다. 총성이 그친 지 2년이 훨씬 넘도록 정화작업과 평화공원조성사업이 답보상태라면 어불성설이다. 지역주민과 국방부, 정부관련부처, 민간단체 전문가들로 협의체를 속히 만들어 매향리 복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