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새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하면서 총리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내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인사청문회 등 본격적인 검증 절차는 설 연휴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헌법상 현직 대통령만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당선인은 일단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개시 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으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의장에게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법에 따라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한 뒤 취임과 동시에 국회의 정식 임명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

   당선인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른 인사청문 절차는 인사청문회법에 준해 진행되므로 앞으로 국회는 이틀내에 13명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을 선임하고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이와 관련,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인사청문과 임명동의가 사실상 하나의 절차이므로 `임명동의요청서'라는 명칭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고, 이후의 절차는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후보자는 30년 넘게 정.관.학계를 넘나들며 풍부한 국정경험과 정치 이력을 쌓았고 상공부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 역대 정부에서 3차례나 장관직을 거쳤다는 점에서 일단 `검증된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신한 인물은 아니지만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정치와 경제, 외교 분야에서 두루 능력을 검증받아 대통령직 인수위가 밝힌 대로 `글로벌 마인드'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에 큰 무리가 없다.

   더욱이 강원도 출신, 연세대 졸업, 박근혜 전 대표의 이종사촌 형부라는 점 등은 지역 및 학맥 안배, 여권내 역학구도 안정화라는 측면에서도 시빗거리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뚜렷하게 개인비리나 재산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는 점도 한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전망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1980년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한 후보자가 신군부의 집권기반이었던 국가보위비상대책회의(국보위)에서 재무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력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주요 검증항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역시 임명 당시 국보위 활동 전력이 논란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예비 야권'이 이를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과 연계해 정치쟁점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 한 후보자가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있던 1997년 한보사태와 부실대출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한 경력, 경제부총리로서 대외개방과 규제완화 정책을 주도한 것이 IMF 외환위기 초래와 관련이 있는 지의 문제,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소버린의 사외이사를 맡은 점,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의 고문을 역임한 경력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측은 재경원 장관 사퇴의 경우 한보사태 등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정치적 책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자주 당적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서도 `철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예비 야권 사이에서도 기류가 약간 다르다. 신당과 민주당은 `철저하면서도 차분한 검증'을 다짐하는 수준이지만 민주노동당은 적극적인 반대 입장이다.

   신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인사청문회는 능력과 도덕성, 분명한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를 기준으로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흡집내기 위한 흡집을 내지 않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해 공정한 청문회 진행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특히 김효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늘 새 정부 총리가 지명됐는데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인사청문회를 열어 인준하겠다"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방해되지 않고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해 인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에 총리 인준에 8개월이 걸렸다. 98년 1월4일 김종필 총리서리를 지명했는데 8월17일에 가서야 서리 꼬리표를 뗐는데 당시 원내 1당이 한나라당이었다"며 10년전 한나라당의 총리인준 장기 거부사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민노당 손낙구 대변인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 "`올드보이'가 아니라 `배드보이'다. 현재로서는 대단히 부정적이며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면서 IMF 환란 책임 여부, 국보위 이력, 소버린 사외이사 경력, `김앤장' 고문 역임 경력 등을 따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였던 고 건 전 총리 임명동의안의 경우 2003년 2월25일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돼 다음 날 대북송금특검법과 동시에 처리됐고, 김대중 정부 출범 때는 김종필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로 지연돼 총리서리 체제로 운영되다가 지명 5개월20여일만인 1998년 8월17일 국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