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수산물을 찾지 않으니 도리가 없어. 올해도 틀렸어요."
재래시장 불황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두달 전 태안 기름유출사고 여파로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와 안산시 풍도 일대 수산물시장 상인과 어민들은 작년보다 매출이 줄어 극심한 불황을 맞고 있다.

   경기연안에서 나온 수산물은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서해안 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조개구이와 회, 바지락 칼국수 등을 먹기 위해 찾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설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상인과 어민들의 얼굴에는 넉넉한 웃음대신 수심만 가득했다.

   지난 1일 오전 바다갈라짐 현상인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수도권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양관광지 제부도 매표소 앞 수산물 종합상가.

   연간 120여 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주말이면 외지에서 찾아 온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던 수산물 종합상가지만 올 설 대목은 어느 해보다 썰렁하기만 하다.

   태안사고 이후 하루종일 손님 한팀을 못받는 날이 부지기수이고 기껏해야 하루에 3~4팀을 받는 게 고작이라 1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

   회센터를 운영하는 박모(44)씨는 "태안사고 전엔 직원 3명 월급 주고도 한달에 500만원을 벌었는데 지난달에는 1천만원 적자가 나 이젠 빚을 내 월급을 줘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변 횟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인 지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손님을 한명이라도 더 불러 모으려는 상인들의 목청 소리는 커져만 갔다.

   가게 앞에서 저마다 두손을 흔들고 우스꽝스런 몸짓을 해대며 손님 유치에 정성을 쏟아보지만 손님을 실은 차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아예 문 닫은 태안의 횟집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제부도에도 (손님이) 찾질 않고, 와서도 먹고 가질 않는다"는 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제부도 가는 길목에 있는 송산면 사강시장 회센터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골목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근 사무실 직원들만 눈에 띌 뿐 대체로 한산했다.

   사강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모(52.여)씨는 "명절 대목 장사는 이제 먼 얘기"라며 "평일엔 인근 사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하니까 그래두 큰 지장은 없는데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주말 손님이 확 줄어 예전 같지 않다"고 씁쓸해 했다.

   태안 앞바다에서 밀려온 타르 덩어리가 최근 발견돼 한바탕 소동을 빚었던 안산시 풍도의 어민들도 걱정과 한숨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풍도 어촌계장 차영석(46)씨는 "지난달말 풍도 앞바다에서 기름띠가 발견됐지만 양식장까지 확산되기 전에 방제작업을 해 여기서 나온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데 소비자들이 `서해산'하면 무조건 꺼린다"며 답답해 했다.

   또 "굴이 제철이라 요즘 재미좀 봤을텐데 태안사고 여파로 양식 굴 수확을 포기해 풍도 어민들이 1억원 정도 손해볼 판인데 넉넉한 마음으로 설을 쇨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