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주요 수사대상인 `차명계좌 개설 및 비자금 관리 의혹' 관련자들 중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은 그룹 내 인사들의 범위를 상당히 압축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특히 다음주까지 각종 물증 분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피의자 소환'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연휴 직후가 이번 수사의 중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검찰이 조사했던 차명의심 금융계좌 1천여개 중 실제로 `차명'일 가능성이 농후한 300∼400개 계좌를 분석해 왔으며 최근 계좌 명의를 제공했거나 비자금 관리에 관여한 그룹 내 관계자의 범위를 200명선까지 좁혀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옛 구조본(현 전략기획실) 관계자가 20∼30명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진이 부른 참고인들의 금융계좌들을 포함해 상당수 계좌들은 `차명'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구체적인 방향도 잡히고 `피의자'들도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주거래 은행이 아닌 곳에 계좌가 개설돼 있거나 근무지와 동떨어진 은행에 계좌가 있는 등 비상식적인 금융거래를 한 그룹 임직원과 계좌운영에 관여도가 높은 전략기획실 소속 실무자 등을 연휴 직후 본격 소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화재 김승언 전무와 김모 부장,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서 문서를 빼돌리려 한 경리담당자인 또 다른 김모 부장 등 3명을 조만간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국세청으로부터 그룹 임직원들의 과세자료 등을 제출받아 분석하면서 비자금 의혹의 실체에 신속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특검법에는 국가기관이 자료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제출명령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강제적 수단을 활용한 자료확보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에버랜드 사건을 포함해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4건의 고소ㆍ고발 사건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르면 이번주 중 착수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미술품 구입을 대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삼성그룹 비자금으로 샀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술품인 `행복한 눈물'을 홍 대표가 어떤 돈으로 구매했는지, 실소유자가 누구인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한 비자금 구매 의혹 대상으로 지목된 30여점 가까이 되는 또 다른 고가 미술품들의 보관 장소와 소유자, 구입 경위 및 구매자금 출처 등도 조사 중이다.

   홍 대표는 당초 김 변호사가 `그룹 비자금으로 구입됐다'고 주장한 미술품들에 대해 "내가 산 것이지 삼성측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특검 조사 과정에서 삼성측의 연관성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