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가 4일 일심회 관련자 제명을 골자로 한 혁신안이 전날 임시 당대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비대위 총사퇴 입장을 밝히기로 함에 따라 민노당이 창당 8년만에 실질적인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총사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 대표의 사퇴는 당 대회에서 일심회 제명안 등 당 혁신안 통과와 비대위 재신임을 연계했기 때문에 예고된 절차로 볼 수 있다.

   비대위 총사퇴 이후 현직에 남은 유일한 최고위원인 천영세 의원단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나, 이미 분당의 물살을 타기 시작한 민노당을 수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 혁신안 원안 통과를 주장했던 평등파(PD) 노회찬 의원도 탈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한 측근은 "노 의원이 주위 사람들과 긴밀히 의견을 나눈 뒤 오늘이나 내일 중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북주의(從北主義)' 청산을 목표로 제출됐던 비대위의 혁신안이 전날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이날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탈당 절차를 묻거나 탈당 의사를 밝히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서울 서대문, 용산, 마포, 은평 지역에서는 100여 명의 당원들이 집단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탈당한 강경 평등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조승수 전 의원도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심 대표에게 진보 신당 창당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손낙구 대변인은 "심 대표는 당분간 시간을 갖고 진보운동 전체를 보면서 어느 길을 선택하는 게 최선인지 검토해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유보적 입장을 시사했다.

   민노당의 종북 노선을 비판하며 지난 2002년 탈당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이날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민노당의 분열을 끝까지 막아보려고 남아있었던 이들의 생각과 충정을 존중하지만, 오늘로써 민노당은 죽었다"면서 "남한의 진보운동이 드디어 거추장스런 주사파의 족쇄를 풀어버렸다. 진정 으로 현대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길에 나서라"고 평등파의 탈당을 촉구했다.

   반면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당대회 이후 맞은 분당 위기를 질서있게 수습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날 당 대회를 통해 `친북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활로를 찾아나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자주파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심회 관련 안건이 65%의 대의원들에 의해 부결된 것은 우리 힘만으로 된 게 아니며 중간파나 좌파 일부도 비대위 식의 혁신안은 올바른 혁신이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분당이니 해체니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당이 창당 이래 최고의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민주노총, 전농 등 배타적 지지단체들과 전.현직 최고위원, 국회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