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소방당국 등과 함께 화재 현장에 대한 1차 합동감식을 실시해 방화 여부 등 화재 원인을 가리기 위한 집중 조사를 벌였다.

남대문서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소방방재청, 중부소방서, 서울시청,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팀은 이날 낮 숭례문 화재 현장을 점검, 숭례문 1층에서 라이터 2개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라이터 2개가 방화에 사용된 범행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방화 용의자로 의심되는 50대 남성을 자신의 개인택시에 태웠다고 주장하는 택시기사 이모(49)씨를 불러 제보의 신빙성과 이 남성의 인상착의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는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숭례문 무인경비업무를 담당하는 KT텔레캅 측이 설치한 CCTV 4대와 인근빌딩에 설치된 다른 CCTV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으나 방화 여부나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만한 장면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숭례문 CCTV 4대 중 1대는 후문 방향으로, 또 1대는 숭례문 안쪽방향으로, 나머지 2대는 정면 방향으로 각각 설치돼 있어 방화 용의자가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계단과 발화 지점인 2층 누각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화재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방화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