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 중구청은 11일 숭례문 화재·소실사고와 관련, "소방당국이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다"면서 "화재발생 72분 후에야 직접 살수 방식의 진화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중구청은 이날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한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통해 "소방당국이 화재진압 대상이 국보 1호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돼 초기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진화를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소방당국이 초기 간접진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잘못 판단함에 따라 일부 소방력이 철수하는 등 완전소화 작전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구청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시간대별 화재 상황에 따르면 10일 오후 8시 48분 화재가 발생한 뒤 8시 59분께 현장 진압을 하던 중부소방서 측이 문화재청에 진화 방법과 관련해 문의했으나 문화재청은 "국보 1호이므로 진화는 하되 문화재 손상이 최소화 되는 방향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오후 9시 30분께 중구청 관계자가 '실측설계보고서'를 제공하면서 "주요 기둥에 불길이 침투하는 등 화재가 심하게 번짐에 따라 지붕 기와를 제거한 후 직접살수방식의 강경진압이 불가피하다"고 수 차례 건의했으나 살수 방식의 화재진압 결정을 내려줄 문화재청 간부가 현장에 없어 공격적인 진압이 늦춰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다가 오후 9시 45분께 문화재청이 "화재진압을 최우선으로 해도 좋다"는 입장을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소방본부측에 전달했으며, 오후 10시께 화재 재발화로 사태가 악화되자 이 때서야 직접 살수방식으로 화재 진압방식이 변경됐다.

화재 발생 후 72분만에 직접 살수가 이뤄진 것이다. 간접진화는 지붕에만 물을 뿌리는데 비해 직접 살수는 기둥 등 건물 전체에 물이 스며들도록 진화하는 방식이다.

이후 자정께 상단 지붕을 해체한 후 공격적인 진압이 이뤄졌으나 자정을 넘긴 11일 0시 40분부터 숭례문 지붕 기와의 붕괴가 시작돼 오전 2시께 완전 붕괴되고 말았다.

한편 중구청은 "숭례문이 국가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에 시설 보수비만 국비로 지원될 뿐 관리 비용은 중구에 완전히 떠맡기고 있다"며 "그동안 떠맡은 관리인 인건비만 2004년 8천100만원, 2005년 1억400만원, 2006년 1억800만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