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임신중절(낙태)의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공임신중절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낙태의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시대변화에 맞게 정비하기 위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중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에 의뢰한 `모자보건법 개정-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란 연구보고서를 놓고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의료계와 종교계, 여성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세대 의대 김소윤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을 두고 실정법(형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고 낙태를 줄이기 위해 현행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와 허용 주수(週數)를 재정비하고 여성 건강을 위해 출산 친화적 사회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형법은 낙태에 대해 낙태죄를 물어 금지하고 특히 부녀나 부녀의 부탁을 받고 의료인 등이 낙태를 할 경우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강간, 준강간 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한 경우나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있으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연간 34만여건이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허용한계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성폭력범죄나 친인척간 임신 등 보건학적, 윤리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은 그대로 유지하되 태아에게 심각한 이상이 있어 출생 후에도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와 미혼 임신, 사회경제적 이유 등 `사회적 적응사유'로 인해 산모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임신 28주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는 낙태 허용 임신주수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생존 가능성이 있는 태아마저 낙태될 우려가 있는 만큼 현실에 맞게 24주 이내로 고치고 산모가 인공임신중절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생명존중, 복지정보 등을 제공하는 상담절차를 둘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정 토론자로 나선 가톨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인 이동익 신부는 "`사회적 적응사유'를 낙태의 허용범위에 넣는다는 것은 산모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낙태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자는 것으로 결국은 낙태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 교수는 "원치않는 임신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고통을 종식하기 위해 임신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가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 논리"라며 "낙태허용을 논하기 보다는 먼저 낙태의 유혹을 물리치고 출산했을 때 그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는 출산장려정책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회장은 "이제 임신중절에 이르는 현실적 원인인 사회적 적응사유를 낙태허용기준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익대 법대 이인영 교수는 "이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이냐 산모의 자기결정권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논리에서 벗어나 두 법익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며 "실제 일부 국가들이 인공임신중절을 합법화하고 있음에도 낙태율이 낮은 이유는 피임과 상담, 임산부 지원 등 사회복지대책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